여자 아이스하키 감독 “올림픽 임박했는데 단일팀 논의 충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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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16일 입국한 머리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입국한 머리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이 임박한 시점에서 단일팀 논의는 충격적이다.”

선수들 박탈감 크고 조직력 무너져 #북한 2~3명 팀에 도움 될 만하지만 #우리 백업 멤버들 실력이 더 뛰어나 #성사돼도 기용하라는 압박 없기를

새러 머리(30·캐나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해 입을 열었다. 16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머리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이 노력과 실력으로 따낸 자리다. 우리 선수들의 박탈감이 클 것”이라며 “올림픽이 이렇게 임박한 시점에서 단일팀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도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미국 미네소타 전지훈련을 이끈 머리 감독은 지난 12일 선수들을 먼저 한국으로 들여보내고 미네소타에서 가족들과 짧은 휴가를 즐긴 뒤 이날 귀국했다.

최근 정부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남북 올림픽위원회 및 평창올림픽조직위는 오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4자회담에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논의한다. 정부는 “단일팀이 여자아이스하키 올림픽 엔트리 23명에 북한 선수들을 위한 3~8명의 특별 엔트리를 추가하는 방식이라 우리 선수들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014년 9월부터 여자 대표팀을 맡은 머리 감독은 “지금처럼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추가될 경우 조직력이 무너질 수 있다”며 “(북한 선수에게) 대표팀의 시스템을 가르치는 데만 해도 한 달이 걸린다. 나 역시 불안하다”고 반박했다. 머리 감독은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직접 지켜본 북한 선수 중에서 “수비수 2명, 공격수 1명 등 2∼3명 정도는 우리 대표팀에 도움이 될만한 수준”이라면서도 “우리 1∼3라인에 들어올 만한 수준의 선수는 없다. 우리 백업 선수가 북한 선수보다 뛰어나다”고 잘라말했다. 또 “기존 선수단에 10명을 추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남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논의는 지난 6월에도 있었다. 머리 감독은 “남북한 단일팀을 진심으로 구성할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그때 적극적으로 추진했어야 했다”며 “6월에 단일팀 얘기가 나왔다가 무산된 경험이 있어서 이틀 전에 우리 스태프로부터 단일팀 얘기를 들었을 때 믿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많은 카메라를 보니 단일팀 논의가 얼마나 진지하게 진행 중인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일팀이 성사되더라도 그게 우리 대표팀이 올림픽에 부진한 결과를 내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며 “만약 단일팀이 성사되더라도 (경기 엔트리 구성 권한이 있는) 나에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이 없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여자아아스하키 대표팀은 이날 오후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 훈련원에 소집해 18일부터 훈련을 재개한다. 머리 감독은 “아직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며 “선수들에게 훈련에만 집중하자고 말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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