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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쯔위 사태'?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中호텔 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만을 ‘국가'로 표기했다 된서리 맞은 메리어트 호텔 사태 확산..“제2 쯔위 사태 점검을”

영화배우 왕조현 질문에 “대만=국가” 표기한 中업체 소환 #네티즌 수사대 메리어트·델타 적발에 기업마다 점검 부산

왕년의 홍콩 영화 배우 왕조현(王祖賢)의 최근 모습과 대만·홍콩=국가로 표기한 바이완잉자 문항. [홍콩 빈과일보 캡처]

왕년의 홍콩 영화 배우 왕조현(王祖賢)의 최근 모습과 대만·홍콩=국가로 표기한 바이완잉자 문항. [홍콩 빈과일보 캡처]

지난주 티베트·대만·홍콩·마카오를 국가로 표기해 중국 웹사이트가 폐쇄된 세계적인 호텔 체인 메리어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엄정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와 네티즌 수색대가 나서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이 원칙을 준수했는지 조사에 나서면서 적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국가 표기가 새로운 ‘차이나 리스크’로 부상하면서 전문가들은 “중국에 진출했거나 중국인을 상대로 하는 한국 기업은 ‘메리어트 리스크’ 방지를 위한 점검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 표기 리스크’는 중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14일 베이징시 인터넷정보판공실은 모바일 퀴즈 게임 ‘바이완잉자(百萬贏家)’ 운영자를 불러 웨탄(約談, 당국이 기업 책임자를 시간·장소를 지정해 소환하는 행정 처분)을 시행했다고 공식 SNS를 통해 발표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바이완잉자가 1987년 영화 ‘천녀유혼’ 주인공 왕쭈셴(王祖賢·왕조현·51)의 현 거주지를 묻는 답안에서 홍콩과 대만을 캐나다와 함께 국가로 처리했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기자가 14일 밤 휴대폰에 내려받아 확인한 바이완잉자는 사용자 3억 명의 실시간 동영상 앱에 동시접속 706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였다. 바이완잉자는 매회 12개 문제를 내고 응답자에게 최대 100만 위안(1억6495만원)의 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매회 1억 위안의 광고비를 유치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주 티베트·대만·홍콩·마카오를 국가로 표기해 웹사이트 폐쇄 처분을 받은 세계적인 호텔 체인 메리어트 중문 웹사이트. 중국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내용의 사과문만 올라와 있다. [메리어트 홈페이지 캡처]

지난주 티베트·대만·홍콩·마카오를 국가로 표기해 웹사이트 폐쇄 처분을 받은 세계적인 호텔 체인 메리어트 중문 웹사이트. 중국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내용의 사과문만 올라와 있다. [메리어트 홈페이지 캡처]

 지난주 티베트 국가 표기로 문제를 촉발한 메리어트 호텔 중문 사이트(marriott.com.cn)는 15일 현재 폐쇄된 상태다.
 사이트에는 “새로운 사이트 준비 중”이라는 공고 아래 “메리어트 글로벌 그룹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완전을 존중합니다. 우리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완전에 손해를 끼치는 어떠한 분열 조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행위에 깊이 사과합니다”라는 글만 올라있다.

 중국 내 호텔 검색과 예약 기능은 모두 중단됐다. 지난주 자사 VIP 회원을 대상으로 보낸 설문 조사에서 티베트·대만·홍콩·마카오를 국가로 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당국의 항의와 중국 고객들의 불매 운동이 펼쳐졌다.

대만을 국가로 표기했다가 중국 네티즌 수사대에 적발된 스페인 패션 브랜드 ZARA 중문 웹사이트가 사과문을 올렸다. [ZARA 웹사이트 캡쳐]

대만을 국가로 표기했다가 중국 네티즌 수사대에 적발된 스페인 패션 브랜드 ZARA 중문 웹사이트가 사과문을 올렸다. [ZARA 웹사이트 캡쳐]

 이후 중국 민항국은 미국 델타항공이 웹사이트에 대만과 티베트를 ‘국가’로 열거한 사실을 확인하고 즉각적인 시정과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zara.cn)도 중문 사이트에서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사실이 네티즌 수사대에 적발되면서 공개 사과문을 게재했다.

 ‘국가 표기 리스크’로 한국 역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 2016년 연초 대만 국적의 K-POP 걸그룹 멤버 쯔위(중국명 저우쯔위·周子瑜·19)가 한국 방송에 출연해 대만 깃발을 흔드는 모습이 뒤늦게 폭로되면서 소속사 가수의 중국 내 활동이 금지되고 그 여파로 소속사 주가가 하루 만에 5%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같은 해 우리카드는 대만·홍콩·마카오·중국·일본에서 통용되는 인롄(銀聯) 카드를 ‘아시아 5개국’에서 통용된다는 카피로 광고했다가 된서리를 맞기도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대만 독립에 대해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외국기업의 중국 내 투자와 사업은 환영하지만, 동시에 중국 주권과 영토 보존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또 중국 법률을 준수하고 중국인의 민족 정서 역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3일 3면에 “어떤 ‘정치 오만’도 모두 멍청한 짓”이라는 제목의 국제 분야 사설 종성(鐘聲)을 싣고 “중국의 외자 기업이나 어떤 나라에 가서 투자하는 기업 모두 영원히 소재국 법률을 경외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모두 필수 과목”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수난을 겪은 만큼 또 다른 차이나 리스크에 연루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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