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스트레스로 직장인 4명 중 1명 유산...가정주부 1.3배

중앙일보

입력

백민경 기자

임신한 여성. [연합뉴스]

우리나라 직장 여성의 연간 유산율이 23%에 달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가정주부 등 비근로 여성 유산율의 1.3배 수준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김은아 직업건강연구실장 연구팀은 2013년 한해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전업주부 등)로 각각 등록된 여성의 임신(43만343건)과 출산(34만88건)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플로스원' 최근호에 실렸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직장가입자)의 연간 유산율은 23%였다. 비근로 여성은 19.1% 였다. 임신 20주 이전에 질 출혈로 유산하는 '절박유산'의 경우 근로 여성의 위험도가 비근로 여성의 1.38배에 달했다. 같은 조건에서 조산 위험(1.1배)과 태아발육부전 위험도(1.19배)였다.

종사직종에 따라서는 건물 청소를 하거나 조경관리를 하는 업종, 여행사 등이 포함되는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1.47배로 가장 높았다. 육체노동과 불규칙한 근무시간, 여러 화학물질 노출 등이 임신 중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제조업 1.35배,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의사, 간호사, 방사선 작업종사자 및 기타 의료인 등) 1.33배, 도소매업과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화학물질, 박테리아, 방사성동위원소에 노출되는 실험실 근로자) 1.29배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교육서비스업과 금융업 종사 여성도 비근로 여성보다 유산 위험도가 각각 1.12배, 1.18배 높아 여성이 임신 중에 직장을 다니는 것 자체가 유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김은아 실장은 "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연구결과 일하는 것만으로도 유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 갈수록 출산율 뿐 아니라 임신율 자체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