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열풍 불었지만 ‘빈익빈 부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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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이 열기로 가득 찼다. 새해 시작과 함께 800선을 넘어선 코스닥 지수는 2주 만에 900대를 넘보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일 코스닥 급등에 사이드카 발동 #주가 상승은 바이오주 주도 #코스닥 900 돌파 기대 커지고 있지만 #코스닥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 배 이상 많아 #헬스케어와 IT 상위 종목 이외 소외 현상

지난 12일 코스닥은 하루 전보다 2.41%(20.54포인트) 상승한 873.05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일 새해 첫 증시 개장과 함께 812.45로 8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11일 852.51로 850선도 뛰어넘었다. 12일 코스닥 지수가 장중 한때 4% 이상 치솟고 선물시장이 요동치자 한국거래소는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등락으로 현물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될 때 1분간 매매 호가 효력을 정지시키는 조치를 뜻한다. 지수 급등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2009년 5월 26일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뚜력해지고 있다. [중앙DB]

코스닥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뚜력해지고 있다. [중앙DB]

증권업계는 벌써 코스닥 900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 순매수가 코스닥 지수 등락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경험에 미뤄, 주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 확대를 유도하는 (정부의) 노력이 지속할 것”이라며 “이는 코스닥 시장의 호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고 짚었다.

코스닥은 그동안 부진의 대명사였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996년 1000(현행 환산 지수 기준)으로 출발한 코스닥 지수는 99년 256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정보기술(IT) 관련주 거품이 꺼지면서 폭락을 거듭했고 2009년 513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 코스피가 상승을 거듭할 때도 코스닥 회복 속도는 더뎠다. 지난해 4분기부터 분위기는 급변했다. 코스닥은 뒷심을 발휘했고 올해 들어 급등을 거듭하는 중이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은 이미 알려진 내용 이외에 추가적인 내용이 없다는 실망감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바탕으로 코스닥 지수는 상승 폭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 내에서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서 나타난 현상의 ‘반복’이 감지된다. 코스닥 상위 종목, 특정 업종 중심의 쏠림 현상이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가 ‘KRX 300지수’ 신설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아울러 총 300개 종목을 포괄하는 새로운 지수가 다음 달 5일 선보인다. 코스피 232개, 코스닥 68개 종목이 편입될 예정이다.

김효진 연구원은 “코스닥 종목들이 지수에 편입할 경우 우려되는 요인 중 하나인 바이오 섹터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섹터별 배분 방식을 (한국거래소는) 채택했지만, 코스닥 내에서 건강 관리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30%를 웃돈다”며 “새로운 지수에서 바이오 섹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통합지수에 포함될 코스닥 비중 상위 종목은 대부분 헬스케어로 분류되는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이라고 전망했다.

12일 코스닥이 873.05로 약 16년 만에 최고 870선을 돌파했다. 거래대금은 12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 한국거래소]

12일 코스닥이 873.05로 약 16년 만에 최고 870선을 돌파했다. 거래대금은 12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 한국거래소]

지난주 코스닥 지수 상승세를 주도한 건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ㆍ셀트리온헬스케어ㆍ셀트리온제약)’와 여타 바이오 종목이다. 자금 유입이 집중되고 있는 헬스케어와 반도체, IT 종목 이외의 코스닥 종목은 활황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지난 12일 기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상승한 종목은 369개이고 그보다 배 이상 많은 822개 종목은 하락했다. 코스피(상승 362개, 하락 472개)보다 못한 성적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코스닥은 실적 가시성이 높은 대형주가 상승을 주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KRX 300에 코스닥 편입 종목은 68개에 불과하다”며 “코스닥은 실적 가시성 여부에 따라 업종ㆍ종목별 차별화가 예상되는데 이번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계기로 코스닥 시장 내에서 대형주, 실적 호전주 중심의 옥석 가리기는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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