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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공룡' 월마트 최저임금 올리고 점포 63곳 폐쇄

중앙일보

입력

월마트. [중앙포토]

월마트. [중앙포토]

 미국의 오프라인 유통 공룡인 월마트가 다음달부터 직원들에 대한 최저임금을 시간당 11달러(약 1만1720원)로 인상한다. 월마트 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감세 정책에 힘입은 조치로 홍보했지만 동시에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샘스 클럽(Sam's Club) 63곳을 폐점한다는 계획도 공개됐다.

시간당 9달러→11달러 인상, 육아휴가 등 복지 확대 #자회사 샘스 클럽 점포 축소, '온라인몰' 전환에 박차 #"트럼프 감세안 덕분"…우수 직원 확보 전략도 작용한 듯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월마트는 다음달 17일부터 신입 시간제 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을 9달러(교육훈련 이수 땐 10달러)에서 11달러로 인상한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육아 휴가 혜택도 확대하고, 아이를 입양하는 직원들에겐 5000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근무연한에 따라 수백 달러에서 최대 1000달러까지 총 4억 달러(약 4286억 원) 상당의 보너스도 지급할 예정이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감세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번 임금 인상은) 관계자들, 임금, 숙련도 증진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지난해 12월 트럼프 행정부가 법인세율을 최고 35%에서 21%로 낮춘 세제개편에 힘입은 ‘혜택 나누기’라는 설명이다.

월마트가 11일(현지시간) 직원들의 임금 인상 소식을 전하면서 공식 트위터에 올린 사진. [사진 월마트 트위터]

월마트가 11일(현지시간) 직원들의 임금 인상 소식을 전하면서 공식 트위터에 올린 사진. [사진 월마트 트위터]

하지만 이 발표에 이어 월마트가 미 전역에 걸쳐 63곳의 샘스 클럽 매장을 폐점한다는 계획도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월마트 관계자는 AP통신에 “8곳이 먼저 문을 닫았고 나머지 점포들도 향후 수주 이내에 문을 닫는다”면서“폐점하는 63곳 가운데 10곳 정도는 전자상거래 분류센터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마트도 공식적으로 이 같은 방침이 점포들의 입지와 판매 전략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마트는 2015년에만 150개 점포를 폐쇄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이번 폐점 계획 역시 온라인으로 판매 거점을 옮기는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월마트는 미국 민간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150만명을 고용하고 있고 이번 샘스 클럽 매장 축소로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월마트의 최저 임금 인상을 트럼프의 감세 효과로 직접 연결시킬 수 없다고 지적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월마트는 2015년에 27억 달러 상당의 임금 및 복지 증진 계획을 내놨다”면서 이번 계획도 이 장기 전략의 연장선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설사 감세로 인해 기업 이익이 증대된다 해도 불과 수주 만에 임금인상으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감세에 따른 효과보다는 경기 활황기에 우수 직원 확보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마트의 최대 경쟁사로 꼽히는 타깃은 지난해 시급을 11달러로 인상한 데 이어 2020년까지 15달러로 올릴 계획이다. 온라인과 차별화되는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숙련된 직원을 확보하는 차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실업률 감소에 따라 월마트로서도 직원 우대를 통한 쾌적한 쇼핑 서비스를 증진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봤다. 우수한 직원 확보와 매장 축소는 ‘똘똘한 점포’ 위주로 오프라인 영업을 하기 위한 양대 축인 셈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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