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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한파로 전국 꽁꽁…정전, 동파, 축사붕괴 등 피해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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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진 지난 11일 아침 출근길 시민들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 서울 광화문 횡단 보도를 건너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진 지난 11일 아침 출근길 시민들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 서울 광화문 횡단 보도를 건너고 있다. 김상선 기자

연이은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12일 오전 서울 기온은 영하 14.7도까지 내려갔다. 강원 산간과 경기 북부 지역은 영하 20도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또 호남 서해안과 제주에는 대설특보가, 경기·영서·충청·전북·경북 지역에는 한파 경보가 내려졌다. 서울 등 내륙에는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

전남 실종 70대 치매노인, 폭설에 숨진채 발견 #서울선 정전 돼 500가구 피해, 수도계량기 동파 #남부지방 폭설에 강풍, 도로·뱃길·하늘길 폐쇄 #제주, 항공기 결항 7000명 발 묶여...오전 재개 #기상청, 13일 낮부터 풀려, 14일 평년기온 회복

최강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전남 강진에서는 폭설 속에 집을 나선 치매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1일 오후 6시 30분쯤 전남 강진군 마량면 수로에 박모(79·여) 씨가 숨져 있는 것을 조카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박 씨는 하루 전인 지난 10일 오후 7시 10분쯤 가출 신고 된 상태였다. 박씨가 발견된 장소는 친언니의 묘 인근이다. 경찰은 과거에도 박씨가 길을 잃은 적 있는 점에서 길을 헤매다가 미끄러져 수로에 빠진 뒤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 계룡이 영하 19.1도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1일 오전 계룡시의 한 한우농가의 지붕 처마에 고드름이 맺혀있어 이번추위를 실감케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계룡이 영하 19.1도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1일 오전 계룡시의 한 한우농가의 지붕 처마에 고드름이 맺혀있어 이번추위를 실감케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는 전기공급 중단으로 500여 가구가 피해를 봤다. 12일 오전 5시 15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지하철 1호선 대방역 인근에서다. 정전은 40분 뒤 복구됐다. 한국전력은 이 지역 전기선로 사이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정전원인 파악을 위해 전기선로를 점검하고 있다.

수도계량기 동파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수자원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이날 오전 이른 시간까지 모두 41건의 수도계량기 동파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229건에 이른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3도를 기록하는 등 한파가 계속된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부수도사업소 효자가압장에서 관계자가 동파된 수도계량기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3도를 기록하는 등 한파가 계속된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부수도사업소 효자가압장에서 관계자가 동파된 수도계량기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남부 지방에는 폭설까지 내려 축사와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육상과 바다·하늘길이 통제되기도 했다. 전남 서해안을 중심으로 최고 29㎝ 폭설이 내렸다. 함평 23cm, 무안 21.5cm 나주 21cm가 내렸고 광주에도 13.1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전남 서해안을 중심으로 이날 오후까지 1~5cm가량 눈이 더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전남 함평과 영광에서 비닐하우스 4개 동, 함평 축사 2개 동, 강진은 인삼 시설, 무안에서는 퇴비공장이 각각 1개 동씩 무너져 내렸다. 전남도는 정확한 피해 규모를확인하고 있다.

이 밖에 국립공원 월출산 10개소, 내장산 5개소 등 탐방로 15개소 입산이 통제되고 있다. 목포·여수·완도 등 서남해 여객선 55개 항로 92척 가운데 20개 항로 29척 운항이 통제 중이다.

11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계류장에서 공항공사와 항공사 직원들이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계류장에서 공항공사와 항공사 직원들이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또 전날부터 12일 새벽까지 내린 폭설과 강풍으로 제주공항에서는 모두 248편(국내선 240편·국제선 8편)이 결항했다. 140편(국내선 135편·국제선 5편)이 지연 운항했으며, 3편(국내선 2·국제선 1)이 회항했다. 관광객 등 7000여 명이 발이 묶여 제주공항에서 노숙하고 있다. 다행히 이날 오전 7시 29분 승객을 태우지 않은 제주항공 7C 9192편이 김포로 처음 출발했다. 이어 8시 19분 승객 168명을 태운 티웨이항공 TW722편이 김포로 떠나는 등 오전 10시 현재까지 18편이 운항을 재개했다.

강풍과 폭설로 무더기로 결항한 제주공항 항공편 이용객들이 12일 새벽 제주도와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가 제공한 매트리스와 담요를 활용해 새우잠을 자고 있다. [연합뉴스]

강풍과 폭설로 무더기로 결항한 제주공항 항공편 이용객들이 12일 새벽 제주도와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가 제공한 매트리스와 담요를 활용해 새우잠을 자고 있다. [연합뉴스]

최강한파에 이틀째 전력수요 감축도 발령됐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전 정부 지시에 따라 이날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수요자원(DR, Demand Response) 시장 제도에 참여한 기업을 대상으로 전력 사용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축 전력 규모는 전날인 11일 150만㎾보다 훨씬 많은 330만㎾에 달한다. 역대 최대 규모로 1GW짜리 원전 3기를 돌려야 얻을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한편, 기상청은 이번 한파가 13일 낮부터 점차 풀려 휴일인 14일쯤 평년기온을 회복하겠다고 예보했다.

수원·강진·세종=임명수·김호·신진호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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