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대단한 진짜 이유, '페미니즘' 가르쳐준 팬들 덕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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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32회 골든디스크 음반 부문’ 시상식이 1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화려하게 개최됐다. 방탄소년단이 본상 수상 후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일간스포츠]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32회 골든디스크 음반 부문’ 시상식이 1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화려하게 개최됐다. 방탄소년단이 본상 수상 후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일간스포츠]

방탄소년단이 생애 최초로 골든디스크 음반 부문 대상을 받았다. 비(非) SM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출신으로는 약 10년 만이다. 연일 상승세, 매번 상한가, 끊임없는 신기록.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하게 된 방탄소년단의 요즘 모습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016년 초 한국 팬카페를 중심으로 '여성 혐오 가사' 논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돌 그룹이 논란에 휩싸일 때는 팬들이 나서서 그들의 대변자를 자처한다. 팬들이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진 방탄소년단 페이스북]

[사진 방탄소년단 페이스북]

당시 방탄소년단은 팬들을 비롯한 네티즌들에게 '여자는 최고의 선물이야', '그래 넌 최고의 여자, 갑질'이라는 노래 가사가 여성 혐오를 조장한다고 비판을 받았다. 노래 가사뿐 아니라 과거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작성한 트위터 글 일부 표현도 함께 논란이 됐다. 팬들은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피드백을 원한다'고 강력히 요청했다.

2016년 7월, 소속사는 "2015년 말부터 방탄소년단 노래 가사에 여성혐오 논란이 있음을 인지했다"며 "내용 중 일부는 여성 비하에 대한 오해 소지가 있어 많은 분에게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해명에서 그치지 않았다. 해당 논란을 통해 '시각의 변화'가 생겼음을 아울러 밝혔기 때문이다. 소속사는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나 가치를 남성적 관점에서 정의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은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했고, 공연에서 수정된 가사로 노래를 불렀다. 노력하는 모습은 계속 목격됐다. 리더 RM이 2017년 1월에 올린 자신의 방 사진에서 페미니즘 도서가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RM의 방에 있던 도서는 미국 작가 토니 포터가 쓴 '맨박스(MANBOX):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이라는 책이다. RM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7년 컴백 전에는 여성학 교수 등 전문가를 찾아가 가사 첨삭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방탄소년단 트위터]

[사진 방탄소년단 트위터]

사실 방탄소년단은 여성 혐오 가사 논란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여성 혐오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방탄소년단은 한 잡지사와 화보 촬영 및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힙합 문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방탄소년단은 "일부 래퍼들은 남을 디스하거나 여성 혐오, 무자비한 욕으로 힙합을 표현하곤 한다. 힙합 문화는 개방적이지만 어찌 보면 폐쇄적인 그들의 문화"라며 "대중은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줘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여성 혐오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은 논란을 발전의 계기로 삼았다. 그리고 2017년 대기록 행진을 쓰며 명실상부 최고의 K팝 보이그룹이 됐다. 대중문화계에서는 가수를 키우는 건 팬덤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 대단한 보이그룹을 만든 건, 필요할 때 쓴소리를 할 줄 알았던 위대한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방탄소년단 페이스북]

[사진 방탄소년단 페이스북]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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