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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9호선 4량 → 6량 늘었지만 … 출·퇴근길 ‘지옥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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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0일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에서 안내요원이 시민에게 다음 열차 이용을 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0일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에서 안내요원이 시민에게 다음 열차 이용을 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아 뭐야, 저기요.”

41대 중 3대 개량열차로 바꿔 운행 #이용 기회 적어 승객들 “혼잡 여전” #시, 1600억 들여 내년까지 전체 확대 #노조 “예비주행 등 안전검증 우선”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월요일인 8일 오전 8시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 지하철 문이 닫힐 무렵 한 직장인이 한 발자국 남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열차 진입에 겨우 성공한 사람들도 어깨를 귀까지 올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 9호선을 타고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34·서울 상도동)씨는 “아무리 밀고 들어가려 해도 탈 수가 없으니까 지하철 한, 두 대 보내는 건 보통”이라고 말했다.

지옥철(지옥+지하철)로 악명높은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지난달 30일부터 6량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기존 4량 열차에 2량을 붙여 개조한 열차다. 전체 41대 열차 중 3대가 6량으로 바뀌었다. 운행은 평일 출퇴근 시간대(7시~9시, 18시~20시)에 16회, 그 외 시간에 36회다. 9호선 지하철 열차 1량 좌석은 52석으로 2량이 늘어나면 104석이 늘어난다.

하지만 대부분 승객은 아직 6량 열차의 효과를 느끼기엔 부족하다는 반응이었다. 회사원 임모씨(30)는 “6량이 1시간에 평균 2대 정도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찾아보니 (노량진역에는) 7시대에 6량 열차가 없더라. 그래서 6량 타 본 적이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노량진역 종합운동장 방면 6량 열차 운행시간은 6시 25분, 44분, 54분과 8시 4분, 20분, 28분이다. 출근 시간에 6번 다녀 시간대 평균 2대가 다니는 셈이지만 7시대에는 운행이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11일 “현재 6량 열차 편성으로 5000명 정도 수송 인원이 늘었다”며 “승객 수요를 반영해 6량 열차를 지속해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까지 열차 대수를 41대에서 45대로 늘리고, 전체 차량을 6량으로 바꾸면 9호선 출퇴근 시간대의 평균 혼잡도가 기존 175%에서 161%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9호선은 2015년 3월 신논현에서 종합운동장까지 2단계 개통 당시에는 혼잡도가 최고 230%까지 오르기도 했다. 230%는 100명이 정원인 열차에 230명이 탄다는 의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열차를 45대로 늘리고 전체 차량을 6량으로 바꾸는데 들어가는 돈은 1612억원으로 서울시가 60%, 정부가 40%를 보조한다.

하지만 서울시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조는 안전 문제를 지적한다. 박기범 서울지하철 9호선 노조 위원장은 “6월 운행을 앞두고 안전 검사를 하는 열차는 지난해 12월까지 검사를 완료해야 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추가로 들여올 열차 검사도 줄줄이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 안전을 위해 1000㎞ 예비주행과 같은 검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치석 도시기반시설본부 차량과장은 “6월 투입될 6량 열차 17대 중 3대는 이미 투입됐고 14대는 안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입 시기를 뒤로 미루더라도 안전에 오차가 없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9호선의 복잡한 운영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2009년 7월 개통한 9호선은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건설됐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업체에서 차량을 적게 해야 차량 유지 비용이 줄어들고 인력을 적게 뽑을 수 있다. 그래서 그동안 6량 열차를 쓰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9호선 운영주식회사 관계자는 "9호선 운영방식은 분야별 전문성을 고려한 합리적 계약"이라며 "차량 증차 및 관계 인력 증원 등 운영상황 변경이 발생하면 절차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1년에도 48량 증차 한 바 있어 적극적이지 않다는 주장은 오해"라고 말했다.

김상철 공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9호선 운영사(서울 9호선 운영주식회사)는 현재 외국 업체 지분이 80%다. 승객의 편의보다는 이익을 내는데 더 신경을 쓴다”며 “서울시는 운영사와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9호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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