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여보세요” 제천 희생자의 마지막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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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당시 도움을 요청하는 희생자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 내용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11일 유족대책위는 화재가 신고된 뒤 약 15분 뒤 희생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과 경찰관의 13분 가량 통화 녹음 내용을 공개했다.

충북 제천 피트니스센터 화재 [연합뉴스]

충북 제천 피트니스센터 화재 [연합뉴스]

공개된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이 여성은 "연기가 너무 많이 들어와요"라며 구조를 요청했다.

그러자 현장 경찰관은 "몇 명이나 있어요? 사람이…"라고 물었고, 여성은 "혼자요. 혼자. 4층인가 그래요"라고 답했다.

이 여성은 연기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자신의 위치를 설명했다.

"5층에서 내려왔는데 4층 정도 될 것 같아요. 4층에 S마트 쪽으로 유리창으로 삼각형으로 된데…거기"라고 말했다.

여성은 2분30초부터 1분여 동안 "죽겠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빨리빨리"라며 계속 경찰관을 찾았지만, 경찰은 "지금 소방에서 저거(구조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임)하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답했다.

전화기 너머로는 거친 숨소리가 들렸고, 여성은 응답이 없는 전화기를 통해 "죽겠어요. 빨리빨리.여보세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쪽에서 통제 좀 부탁할게요. 여기서 통제 좀 해줘. 못 들어오게…"등 별다른 대처 없이 현장을 통제하는 목소리만 담겼다.

경찰관이 전화기를 끄지 않은 채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통화가 시작된지 13분 여 만인 오후 4시20분께 통화가 끊겼다.

유족이 공개한 통화 내용은 희생자의 가족인 김모씨의 휴대전화에 녹음돼 있던 것으로, 김씨는 화재 당일 부인과 오후 4시3분께부터 4분가량 통화한 후 이 여성과 통화가 이어졌다.

이후 김씨는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관에게 전화를 바꿔줬고, 4시7분부터 4시 20분까지 이어진 이 여성과 경찰관과의 통화 내용이 이날 공개된 것이다.

김씨가 부인과 통화 중 이 여성에게 전화를 넘긴 이유는 파악되지 않았다.

유가족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 통화 내용을 보면 소방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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