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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있어야 남북 정상회담” … 미 대북압박 고려한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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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필요하다면 정상회담을 비롯한 어떤 만남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필요하다면 정상회담을 비롯한 어떤 만남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에 필요하다면 정상회담을 비롯해 어떤 만남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 “여건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 “어느 정도의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 등 세 가지 조건을 달았다. 당장 통일을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 남북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려는 북한과 남북 대화가 대북 압박 국면에 지장을 줘선 안 된다는 미국을 모두 고려한 메시지였다.

외교안보 #“5·24조치는 국제제재 범위 속해 #독자적 대북제재 완화 생각 없다” #“남북대화, 트럼프의 공이 크다” #“통일 당장 원하지 않는다” 발언도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대북 기조의 큰 방향은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해결의 병행’이었다.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 “두 틀의 대화 노력이 서로 선순환작용을 할 것” 등의 기대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에는 기대와 경계가 동시에 녹아 있었다. 우선 문 대통령은 전날 고위급 남북 당국 회담에 대해 “첫걸음인데 출발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올해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원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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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에 대한 원칙은 명확히 했다. “남북이 공동선언한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나온 대화의 장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장”이라며 “북한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우리가 더 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도 말했다. 전날 북측 수석대표였던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핵 이야기가 나오자 “그만하자”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에 대한 입장 격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또 다른 중요한 청자(聽者)는 미국이었다. 문 대통령은 "남북간 대화는 미국이 주도한 제재와 압박의 효과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매우 크다”며 감사하다는 말도 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기 때문에 한국은 국제사회와 제재에 대해서는 보조를 맞춰 나갈 것”이라며 “한국이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또 “(정부의 독자제재인) 5·24 조치 중 경제 교류 부분, 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부분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등 국제제재 범위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이것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 등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그 부분들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미 간 갈등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미 ABC방송 기자의 질문엔 대화 중인 북한을 의식한 듯 즉답을 피했다. 대신 “한국과 미국은 안보에 대한 이해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남북 회담 결과문에서 “남북 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우리 민족이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 것과 관련, 한국이 비핵화 국제공조를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한 설명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날 이선권 위원장이 “우리의 최첨단 전략무기(핵·미사일)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 우리 동족을 겨냥한 게 아니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게 레드라인”이라고 했던 것과도 달라진 입장이다. 당시 발언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간과했다는 비판을 샀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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