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대박을 쫓으면 안 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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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가상화폐 광풍이 불고 있다. ‘비트코인 좀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고 한다. 하루 종일 비트코인 시세만 들여다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365일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큰 폭으로 등락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배의 수익이 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런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투기적 성격을 띠고 있는 데다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희망이 없는 사회에 대박을 쫓는 한탕주의가 만연해진 것”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져 대박의 꿈을 쫓는 사행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등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언가를 따르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위에서처럼 ‘쫓다’를 쓰는 이가 많다. 그러나 이 경우 ‘좇다’가 바른 표현이다. ‘대박을 좇는’ ‘꿈을 좇는’이라고 해야 한다.

‘쫓다’와 ‘좇다’는 의미와 표기가 비슷해 헷갈리기 쉽다. ‘쫓다’는 어떤 대상을 잡거나 만나기 위해 뒤를 급히 따르거나 어떤 자리에서 떠나도록 몬다는 의미로 쓰인다. ‘좇다’는 이상·행복 등을 따르거나 남의 말이나 뜻을 따른다는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쫓다’와 ‘좇다’를 쉽게 구분하기 위해선 물리적 이동이 있느냐 없느냐를 살펴보면 된다. 즉 직접 발을 떼어 옮기는 물리적 이동이 있으면 ‘쫓다’, 그렇지 않으면 ‘좇다’를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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