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개헌 드라이브 "국회 합의 기대 어려우면 정부가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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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해 국정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해 국정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회가 3월까지 개헌안을 발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설 수 있다는 '개헌 시간표'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집권 2년차의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회에서 (개헌안)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보다 일찍 개헌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려면 3월중엔 (개헌안이) 발의되야 하고 그러려면 국회 개헌특위에서 2월말 정도까지는 개헌안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권에 개헌안 발의의 마지노선을 제시한 사실상의 시한 통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 내용에 대해 “국회가 정부와 함께 협의한다면 최대한 넓은 범위의 개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합의되지 않고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최소한의 개헌으로 좁힐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개헌을 하려면) 국회가 동의하고 국민의 지지할 수 있는 최소 분모를 찾아야 하는데 최소 분모에 지방분권 개헌과 국민 기본권 확대는 너무나 당연하다”며 “단 중앙 권력구조 개편은 합의를 볼 수 없다면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수현 대변인은 “권력구조 개편이 합의되지 않으면 권력구조 개편만 연기할 수도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헌의 세 축은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강화, 권력구조 개편이다. 최대 쟁점은 대통령 중심제 유지인가, 총리에 내치를 맡기는 이원집정부제인가, 아니면 총리 중심의 의원내각제인가의 권력구조 개편이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합의가 어려울 경우 기본권과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1단계 ‘최소 범위’ 개헌에 나서고, 권력구조 개편은 시간을 두고 정치권과 국민적 합의을 모아 추진하는 단계적 개헌 로드맵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개인적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해 왔다”면서도 “개인적 소신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이 신년 과제로 개헌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6월 지방선거가 1987년 체제의 헌법을 바꿀 적기 임에도 현재 정치권의 움직임으로는 이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를 공약했다가 대선 이후 이를 번복했다. 한국당 내부엔 “개헌 투표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면 문재인 정권 견제론이 묻힌다”는 불안감이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30년이 지난 옛 헌법으론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다”며“이번 기회를 놓치고 별도로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세금 1200억원을 더 써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개헌 시간표를 밝히며 개헌 논의에 다시 동력이 실리게 됐지만 6월 개헌 투표에 반대하는 한국당을 설득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개헌 투표가 이뤄지려면 먼저 개헌안 국회 표결 때 국회의원(300명)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한국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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