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에서 맺은 한-UAE 협정에 흠결 있다면 수정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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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0일 "(UAE와 한국 간) 공개되지 아니한 협정이나 MOU의 내용 속에 흠결이 있을 수 있다면 그런 부분은 시간을 두고 UAE측과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기자회견에서 UAE와 한국 정부가 맺은 비공개 군사협정에 관한 질문에 대해 이처럼 말한 뒤 "적절한 시기가 된다면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UAE에 특사로 파견한 이유가 과거 정부에서 체결한 군사협정의 문제 때문이란 정치권의 관측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견에서는 "(UAE와)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국민들이 모르는 협정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문 대통령은 "UAE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서 군사협력에 관한 여러 건의 협정과 MOU가 체결됐다"며 "그 가운데 공개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됐던 군사협정뿐이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있었던 여러 건의 협정이나 MOU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정부가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상대국인 UAE측에서 공개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라며 "양국 간에 그렇게 합의를 했다면 그 점에 대해서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일방적으로 공개했으면서 UAE와의 비공개 군사협정은 외교적인 이유를 들어 피해나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접견하고 있다. 2018.01.09. /청와대사진기단 = 경향신문 서성일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접견하고 있다. 2018.01.09. /청와대사진기단 = 경향신문 서성일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의 중앙일보 인터뷰(1월9일)로 'UAE 의혹'의 윤곽이 대략 드러나자 그동안 함구하던 더불어민주당은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0일 오전 당 최고위 회의에서 "'UAE 의혹'이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의 근거 없는 정치 공세였다"며 "이제 진실의 윤곽이 드러난만큼 자유한국당과 해당 언론은 사과하라"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 실장이 왜 UAE에 갔는지는 하나도 소명된 게 없다"며 "청와대와 임 실장이 그동안의 외교 문제와 수습 과정에 대한 의문을 국민에게 해소할 차례가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국회나 국민에게 알리지도 않고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매우 잘못됐다"며 "해결 기미가 보인다고 결코 이를 덮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이 UAE 의혹을 뭉개고 가면 헌법파괴의 공범"이라며 "외교 관계가 걱정된다면 철저히 보안을 유지한 상태에서 각 당 최소한의 위원이 국정조사를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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