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되찾은 14세기 고려 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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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순동으로 제작된 고려 불감(높이 13.5㎝, 너비 13㎝).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순동으로 제작된 고려 불감(높이 13.5㎝, 너비 13㎝).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유출됐던 고려시대(14세기)의 ‘불감(佛龕)’과 ‘관음보살상’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친구들(YFM)이 일본의 고미술상으로부터 구매한 뒤 박물관에 기증한 고려 불감과 관음보살상을 9일 공개했다.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친구들 기증 #불감 안쪽에 여래설법도 새겨져 #올 연말 ‘대고려전’에서 공개 예정

불감은 나무나 돌, 쇠로 만든 매우 작은 규모의 불전(佛殿). 휴대하거나 탑에 봉안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고려 말 불교미술과 금속공예 기술, 건축 양식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은 재질에 금 도금한 관음보살상(전체 높이 8㎝, 너비 5.2㎝).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은 재질에 금 도금한 관음보살상(전체 높이 8㎝, 너비 5.2㎝).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이 불감은 일제강점기 대구의 병원장으로 고미술을 수집해온 이치다 지로(市田次郞)가 소장한 이후 일본으로 가져갔으며, 약 30년 전 고미술상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제 불감은 고려시대 말부터 조선시대 초기까지 집중적으로 제작됐으며, 현재 약 15점이 남아 있다. 이번에 돌아온 고려 불감은 고려 14세기 말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불감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불감 내부에 타출(打出·두드려서 모양이 겉으로 나오게 하는 것) 기법의 부조 장식으로 제작된 석가여래의 설법 장면이다. 금강역사상이 새겨진 문을 열면, 가운데 석가여래가 있고 좌우에 협시보살과 10대 제자, 팔부중(八部衆·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신)이 새겨진 얇은 금속판이 덧대어 있다.

불감과 함께 돌아온 관음보살상은 본래 불감 안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감에는 본래 2구의 불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는 한 점만 전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해 오는 12월에 여는 ‘대고려전’에서 불감과 관음보살상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유물을 기증한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은 젊은 경영인들이 2008년 결성한 문화 후원 모임으로, 고려 불감을 포함해 그동안 10건의 유물을 기증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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