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면 조사 받나 … 뮬러 특검 칼끝 백악관으로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대면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 [UPI=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 [UPI=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WP는 “뮬러 특검은 지난해 12월 말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단과 만나 대통령을 대면 조사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에 따르면, 특검은 몇 가지 제한적인 사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르면 수 주 안에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트럼프 변호인단은 이미 오랫동안, 뮬러가 결국엔 대통령을 직접 대면하길 원할 것이라 예상해왔다”고 보도했다.

통상 특검의 대통령 대면 수사는 관련 증거가 축적되고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을 때 이뤄진다. 때문에 뮬러 특검의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WP는 또 “트럼프 본인은 이 일을 의외로 편안하게 여기고 있지만, 변호인단은 이를 무척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자들이 ‘특검의 대면 조사에 응하기로 했느냐’고 묻자 “우리는 매우 열려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건과 관련해 특검 앞에서 증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답을 내놨다.

그러나 여러 세부적인 사항을 검토 중인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의 판단은 그렇지 않다. 변호인단은 현직 대통령이 조사 대상일 경우 법적 기준, 조사 장소와 기간, 조사 내용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꼭 대통령을 직접 만나야만 풀 수 있는 의문인지 특검팀에서 먼저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직접 대면보다는 서면 답변으로 갈음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WP는 “이들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이란-콘트라 사건’(미국이 적국 이란에 무기를 판매해 번 돈을 니카라과 콘트라 반군에 지원한 일)으로 조사받을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서면으로 답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의 계획대로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전직 연방 검사 출신으로 현재 NBC 방송에서 자문을 맡고 있는 척 로젠버그는 “검사들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며 “(피조사인의)바디 랭귀지와 어조는 (조사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방송에 밝혔다. 검사들이 서면조사에 동의할 가능성이 무척 낮다는 얘기다.

NYT는 “뮬러는 트럼프에게 서면으로 질문하거나 대면 인터뷰를 하거나 혹은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할 수 있다”며 “법률 전문가들은 뮬러가 대면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 매너포트

폴 매너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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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특검팀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사안은 ‘트럼프타워 회동’이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폴 매너포트 당시 트럼프 캠프 선대위원장 등이 러시아 측 인사를 만났던 일로,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의 핵심에 있다. 매너포트는 지난해 10월 특검에 의해 기소됐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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