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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집값 양극화만 부채질하는 땜질식 부동산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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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기획재정부가 어제 30세 이상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권을 팔아도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세법개정안 시행령을 내놓았다. 또 수도권·광역시·세종시 외 지역의 3억원 이하 주택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얼핏 보면 주택시장의 막힌 곳을 뚫어 주고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하려는 합리적인 조치들로 보인다. 하지만 주택시장 전체를 들여다보면 모두 땜질에 불과한 조치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2 대책을 비롯해 거듭 주택시장에 대해 수요 억제 정책을 펴 왔다. 이를 위해 서울 25개 구 전역과 경기도·부산시 일부 지역, 세종시를 포함해 40곳을 조정지역으로 묶고 오는 4월부터 양도세 중과 방침을 예고해 왔다. 현재 양도차익 세율 6~42%는 3주택자 이상 보유자에 대해 20%포인트 추가돼 최고 62%가 부과된다. 뛰는 집값을 세금으로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지난해 “강남 집값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며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은 “더 강력한 부동산 대책들이 주머니 속에 많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강남에선 지난해 하반기에만 2억~3억원씩 오른 아파트가 즐비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상승률은 0.98%를 기록했다.

정부는 슬슬 보유세 카드라도 동원해 이 흐름을 막으려고 한다. 하지만 세금과 규제를 가해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서울에선 다주택자를 조이자 똑똑한 집 한 채만 갖겠다는 보유자가 늘어나면서 집값 고공행진에 기름을 붓고 있다. 반면 부산에선 52개월 만에 집값이 하락했다. 땜질이 계속되는 사이 집값 양극화만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근본적 대책을 생각할 때다. 수요만 막지 말고 공급도 원활히 할 때 시장은 안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