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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의 기능과 12·29 특별사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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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리의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의 사면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공공복리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면권이 정치적으로 남용되면 죄 지은 사람을 처벌없이 용서하게 될 뿐 아니라 개선되지 않은 사람을 사회에 복귀시켜 공익을 해친다. 따라서 사면은 통치자가 자의적 판단으로 결정하거나 무제한의 재량을 가진 것처럼 휘둘러서는 안된다. 정의를 회복하고 공익을 위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

정당하게 행사되는 사면권은 주권자인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를 유지하고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12·29 특별사면처럼 소시지나 과자를 훔친 이유로 형을 살고 있는 생계형 민생 범죄와 경미한 행정법규 위반자에게 엄한 처벌보다는 반성의 기회를 주어 교정과 재생 의지를 강화할 수 있다. 법질서 훼손을 막기 위해 음주운전이나 난폭, 보복 운전자 등을 제외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한 사면은 부당한 법 집행과 형사판결의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