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집값 실질상승률 53개국 중 34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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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질 주택 가격 상승률이 7년간 3.9%로 조사 대상 53국 중 34위로 나타났다.

작년까지 7년간 3.9% ‘안정적’결과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장세 때문으로 분석

부동산 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상가. [중앙포토]

부동산 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상가. [중앙포토]

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 주택(주거용 부동산) 가격 지수는 작년 2분기 기준 103.9로, 기준 연도인 2010년보다 3.9% 상승했다. 명목 주택 가격 지수는 117.2로, 2010년에 비해 17.2% 상승했지만 물가 상승분을 고려한 실질 지수 상승 폭은 3.9%로 조사됐다.

지난 7년간 실질 주택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국가는 인도(75.5%)로 조사됐다. 이어 홍콩(73.2%), 페루(62.9%), 필리핀(54.9%), 말레이시아(53.1%)가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러시아는 47.2% 하락했다. 그리스(-38%), 스페인(-24.4%), 이탈리아(-21.6%) 등도 하락률이 높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은 나라들이다.

BIS는 “홍콩,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국에서는 주택 가격이 매우 큰 폭으로 올랐지만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은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한국 정부가 주택 가격 안정책을 계속 내놓을 정도로 집값이 급등했다고 보는 것과는 정반대 내용이다. 한국의 집값이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양극화 장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및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은 높은 상승률을 보이지만, 지방은 하락세가 나타날 정도로 온도차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의 부동산 통계를 보면 2010년 대비 작년(6월 기준) 전국 주택 가격은 15.1% 올랐는데, 연립·단독주택은 각각 7%, 9.9%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아파트는 약 2배 가까운 18.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한국은 실질 가격 기준으로 전국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없지만, 아파트 등 주택 형태와 지역별로 차별화가 심한 특성이 있다”며 “소비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서울 강남의 명목 주택가격 등을 중심으로 한 핀셋 대응이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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