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께 부채감 느껴" …경찰간부들 '1987' 단체관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민들에게 부채감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다시는 저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관람하고 나온 민갑룡 경찰청 차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 차장 “저런 역사 다시 반복 안됐으면” #경찰들, 이한열 열사 최루탄을 맞는 장면에 혀 차기도 #

영화 '1987' 포스터.

영화 '1987' 포스터.

민 차장 이하 본청 소속 국ㆍ과장 등 200여 명은 4일 오후 6시 40분 서울 광화문의 한 영화 상영관을 빌려 최근 화제가 된 영화 '1987'을 단체 관람했다. 경찰이 민주화 항쟁 등을 다룬 영화의 단체 관람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단체 관람의 배경에는 이철성 경찰청장 의지가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또 인권 경찰 추진과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청장은 지난달 28일 오후 6시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영화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과 나란히 앉아 영화를 감상했다.

당시 이 청장은 "그 시대를 저도 살았고 아픈 역사이지만 우리의 한 부분"이라며 "잘못된 공권력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갖고 시대에 맞는 인권 가치를 잘 표현하는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민 차장은 영화 상영 전 "과거 영화 '도가니' 이후 단체관람은 처음"이라면서 "연말에 경찰 내부에서 '1987'을 다 같이 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경찰 역사에 아픈 기억이다. 다 같이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약 2시간 15분 동안의 상영시간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영화를 감상했다. 고 이한열 열사 역할을 맡은 배우 강동원이 복면을 벗는 장면에서는 곳곳에서 옅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관계자는 이 열사가 머리에 최루탄을 맞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워하며 혀를 찼다.

영화 관람 소감을 이야기하는 민갑룡 경찰청 차장. 여성국 기자.

영화 관람 소감을 이야기하는 민갑룡 경찰청 차장. 여성국 기자.

영화를 마친 이후 민 차장은  이젠 이런 역사를 겪지 않도록 개혁도 잘하고, 모두가 마음 모아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영화가 끝나고 박수 칠 수 없었다. 분위기 자체가 숙연해졌다"고 전했다.

민 차장은 과거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던 경찰청 인권센터를 박종철기념재단 등 시민단체에 운영권을 넘겨주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서는 "경찰청 인권위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시민들과 더 가까이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고 답했다.

이어 "경찰도 반성과 성찰을 통해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1987'은 개봉 9일째인 4일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넘어섰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