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제안 → 회담 제의 → 핫라인 … 남북 하루 단위 주고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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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연락사무소에서 3일 오후 남측 연락관이 남북 직통전화로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 통일부]

판문점 연락사무소에서 3일 오후 남측 연락관이 남북 직통전화로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 통일부]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신년사)

정부 “회담 열리면 여러사항 논의” #북, 핵 의제 올리는 덴 선 그을 듯 #‘판문점 전화’ 발표한 북한 이선권 #천안함 폭침 배후 김영철의 심복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을 하자. 끊긴 남북 채널을 복원하자.”(2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3일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 전화를 받겠다. 남측과 긴밀한 연계를 취하겠다.”(3일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새해 벽두부터 남북 관계 복원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간다. 지난해 7월 17일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에 5개월여 무응답으로 일관하던 북한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남북 간 분위기 전환에 대해 미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남북 대화는 그들의 선택”이라며 “김정은이 한·미 사이에 어떤 이간질을 하려고(drive a wedge) 할지 모른다. 김정은의 진정성(sincerity)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했다.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온도 차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남북이 28개월여 만에 회담 테이블에 앉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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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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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북핵 문제 올라갈까=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대북 회담 제의를 하며 “우선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측 대표단이 참가하는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면서도 “남북 당국 간 마주 앉게 된다면 여러 가지 서로 관심 사항에 대해, 또 북측에 제기해야 할 사항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회담이 열리면 비핵화 문제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임을 고려하면 핵문제를 의제에 포함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북측 입장을 발표한 이선권은 3일 “우리(북한)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북한이 “핵 무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선권은 인민군 대좌 출신으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의 배후로 알려진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의 심복이다. 남북 군사회담에도 김영철과 동행한 적이 있어 남측을 상대한 경험도 풍부하다. 2016년 6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에서 국가기구로 설치된 조평통의 수장을 맡은 것으로 통일부는 파악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판문점 채널을 복원하고 회담에 응하겠다는 취지의 뜻을 밝힌 것은 환영할 부분”이라면서도 “향후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문제 논의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는 뒤로 미루고 당장 급한 올림픽 대표단 파견 문제만 논의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국내외의 여론이 곱지 않을 것이란 게 정부의 부담이다.

◆대북 독자제재는 어쩌나=남북이 북한 고위급이나 예술단, 응원단을 포함한 대표단 파견에 합의하더라도 실무적으로 난제에 부닥칠 수 있다. 정부는 북한 대표단장의 격(格)이 고위급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유력한 인물은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최용해 당 부위원장이다. 그러나 그는 2016년 12월 2일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에 묶여 있다. 북한의 국적 항공사인 고려항공 역시 제재 대상이다.

이들은 국내 자산 동결과 외환 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제재 대상이어서 원칙적으로 방한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제재 대상자의 방한을 정부가 허용하고 환영 분위기를 만들 경우 정서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대북제재의 틀을 깨려는 일환으로 최용해를 고려항공에 태워 한국에 보내겠다고 하면 정부는 난처해질 수 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 관계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설명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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