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4개 사업회사 거느린 지주사 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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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조현준 회장

조현준 회장

효성그룹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조현준 현 회장은 지주사를 통해 개별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다.

4월 주총 거쳐 6월부터 분할

3일 ㈜효성은 이사회를 열고 지분 관리와 투자를 담당하는 지주사 ㈜효성과 효성티앤씨(섬유·무역)·효성중공업(건설·중공업)·효성첨단소재(산업자재)·효성화학(화학) 등으로 회사를 나누기로 결정했다. ㈜효성이 업종 별로 나뉜 4개 사업회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효성티앤씨·효성물산·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을 합병해 ㈜효성을 만들었지만, 20여년 만에 다시 독립 사업회사로 나뉘게 된 것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분할로 ㈜효성은 지주사 역할을 수행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업 부문별 전문성도 강화될 것”이라며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을 염두에 둔 결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주사 전환은 지난해부터 예견됐다. 효성은 지난해 9월 22일 투명경영 강화,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 내부감시 강화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효성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 분할과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밝혀왔다.

시장에서도 이번 지주사 전환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효성의 지배구조 불투명성은 그동안 주식 가치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해 왔다”며 “효성은 스판덱스(신축성 좋은 합성섬유)와 타이어코드(타이어 내구성 강화 소재) 분야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어 회사를 분할하면 경쟁력 있는 자회사의 가치가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효성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재무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효성은 부채가 많은 효성캐피탈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효성이 효성캐피탈 지분을 매각해 이 회사가 연결대상 기업에서 제외되면 ㈜효성은 차입금이 1조9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효성은 오는 4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분할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주총에서도 가결되면 6월 1일 자로 회사 분할이 진행된다. 효성은 1966년 창업한 동양나일론이 모태다. 지난해 1월부터 오너 3세 조현준 회장이 취임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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