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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상계2동 「태양의 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지난6일 오후12시30분, 서울 상계2동 「쌍문교회」와 「태양의 집」이란 간판이 나란히 붙어있는 건물 앞.
빵과 음료수상자를 든 10여명이 야유회라도 떠나듯 밝고 즐거운 표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그들의 목적지는 안양으로 옮겨간 서대문구치소.
재소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신나는 노래와 게임을 즐기고 미리 준비해간 간식을 들며 「새 삶의 희망」을 나누려는 것이다.
일행의 얼굴만 보아서는 전혀 짐작할 수 없지만 그들 중 5명은 최근 각자의 형기를 마치고 석방된 출소자들.
안정된 직장을 찾아 이 사회에서 든든히 뿌리내리게 될 때까지 「태양의 집」에 머물며 새 삶을 준비하는 이들은 앞으로 자신들과 매우 비슷한 어려움을 겪어야할 수감자들을 위로·격려하는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보람있는 일로 삼고 지낸다.
기독교 교정복지선교후원 회원인 나머지 5명도 「태양의 집」원장인 김숙자권사를 빼고는 현재 소규모 봉제공장이나 각종대리점 및 카페 등을 경영하거나 기술자로 일하고 있는 「태양의 집 선배」들.
최근 석방됐거나 멀지 않은 석방날짜를 앞두고 과연 내가 「전과자」라는 낙인을 이기고 잘 살아갈 수 있을까로 고민하는 「교도소후배」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자 각자의 생생한 체험들을 전하러 나선 것이다.
『출소자들에게 첫날밤을 재워주자』는 문구식목사의 간절한 소원이 이뤄져 마침내 「태양의 집」이 문을 연 것은 87년1월.
지난 82년부터 서대문구치소 책임지도목사로 일해온 그는 「출소자들의 첫날밤」이 재범을 막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깨달아 「사랑방 갖기 운동」즉 오갈 데 없는 출소자들을 기독교 신자들의 집에서 재워 주자는 운동을 펴왔다.
문복사는 무의탁 출소자들을 일일이 다 자신의 집에서 돌볼 수가 없는 데다 감옥에서 나온 그들을 자기 집에서 재워주고 먹여주려는 사람이 흔치않아 걱정하던 중 김숙자권사를 중심으로 한 교정복지선교 후원회원들이 「태양의 집」운영을 맡고 나선 것이다.
조그만 방 2개에 부엌과 마루가 달린 이 12평까리 셋집에는 현재 5명의 30∼40대 출소자들이 각종 기술자격증을 따거나 직장을 구하면서 새 삶을 준비하고 있다.
쌀과 연탄과 입을 옷 외에도 『새로 구한 일자리는 어떠냐』『좋은 동료들이 있더냐』며 넉넉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좋은 이웃들, 50여명의 교정복지선교후원회원들이 있기에 출소자들은 이 세상살이가 마냥 두렵지만은 않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 이웃」이 된 출소자들은 저절로 교정복지선교후원회원이 되어 수감자들을 위문하고 「태양의 집」운영을 돕는 등의 「베푸는 이웃」이 된다. 문목사는 『사회의 냉대때문에 교도소를 나서자마자 다시 죄짓고 수감되는 악순환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출소자가 「인간적인 첫날밤」을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교도소를 나온 뒤 사회에 재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곳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하지만, 그전까지는 교회들이 앞장서 그런 역할을 함직하다』고 강조한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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