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사행정의 대원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인사운영은 사사로운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 운영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사항이다. 인사를 잘하면 시들시들한 조직도 단번에 윤기가 나고 활기를 되찾는다.
능력과 적성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 소외감이나 불평의 요소를 제거하면 조직 전체가 살아 움직이게 마련이다.
이처럼 국가운영의 흥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인사를 지난날에는 원칙 없이 해 왔다. 적재적소는커녕 서열이나 능력, 과거의 공적은 도외시하고 어느 특정인의 전단으로 이루어져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의 대원칙이라 할 공정성과 합리성은 아예 내팽개치다시피 되어왔다.
오직 높은 분의 눈에 들거나 그분의 연줄에 닿기만 하면 서열이고 능력이 고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찰 고위인사 때마다 별의별 소문과 말썽이 뒤따랐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조직 안에 인사 때는 물론 평소에도 학연과 지연, 혈연을 찾고 비밀스런 모임을 자주 가져 끈끈한 유대를 공고히 하는 기현상이 빚어진 것도 근본을 따지자면 무원칙한 정실인사에 기인했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종래 청와대비서실에서 해오던 고위공직자에 대한 사전인사협의 제를 없애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더구나 1급 공무원, 고등검찰관, 경무관 등의 전보와 국공립대학 교수 등의 임면권 등을 국무총리에 위임한 것도 비록 늦긴 했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정부 각 부처에 인사권을 가진 장관이 있는데 사후결재라면 몰라도 사전협의를 청와대에서 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행정 각 부처를 관장하는 총리에게 어느 정도의 임면권이나 전보권한 마저 주지 않는다는 것 역시 자연스럽지 못하다. 과거처럼 총리가 정부행사나 참석하고 외국인이나 접견하는 총리가 아닐진대 더욱 그러하다. 각 부처장관만 해도 그렇다.
부내 사정은 장관이 가장 잘 알고 모든 책임을 장관이 지게되어 있는데 권한을 주지 않는다는 건 행정 원칙에도 어긋난다. 일정한 책임을 부과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권한을 인정하는 게 상식이다. 권한의 핵심이라 할 인사권을 주지 않을 경우 행정체계는 물론 지휘계통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익히 짐작할 수 있다. 과거 소문처럼「용산마피아」가 경찰인사를 주무른다면 내무장관이나 치안총수는 허수아비고 진짜 장관은 따로 있는 셈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각 부처에 일임시키고 간섭은 피해야할 것이다. 겉으로는 권한을 주었다고 하면서 안으로는 몰래 간섭을 하거나 보이지 않는 압력을 넣는다면 지난날과 다를 바 없다. 다음은 인사권행사의 공정성과 합리성의 유지다. 인사권 자는 인사의 권한이 중요한 공권인데도 사권인양 멋대로 휘두르는 경향을 보여왔다.
발탁인사니, 새바람을 넣는 인사니 하는 그럴듯한 명분아래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없는 인사가 왕왕 있어왔다. 인사의 재량권을 남용한 인사는 분명히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하고 부당한 인사다. 기속 재량행위를 무한대의 재량권이 주어진 것으로 착각, 인사원칙을 뭉개는 인사는 철저히 통제되어야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사의 통제 및 감사기능의 강화와 각 부처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를 담보하는 인사위원회설치운영이 긴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