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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년사 '3선 연임 의욕'…"자위대 위헌논쟁 끝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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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방송된 니혼테레비 프로그램에서 "자민당은 당시(黨是)라고 할 수 있는 헌법개정을 진행시켜나갈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 위헌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우리들 세대의 책임"이라면서 강력한 개헌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 정계에서는 "올해가 “개헌에 대한 승부가 분수령이 될 것”(니혼게이자이 신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헌법 9조 2항 삭제 또는 '자위대 명기안' #올 정기국회 발의...9월 총재선거 전 마무리 계획 #연립 공명당 신중 "개헌 지향한다" 문구 합의안해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는 복수의 개헌안을 마련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다카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자민당 부총재 등으로부터 개헌안 진척상황, 당내 의견 등을 직접 챙겼다고 한다. 초점은 헌법 9조인데, 아베 총리의 의향이 담긴 ‘자위대 명기안’은 3항에 ‘우리나라(일본)의 존립을 완수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필요 최소한도의 실력(實力) 조직’이라는 문구를 넣는 방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헌법기념일인 2016년 5월 3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서 개헌파 집회가 열린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헌법기념일인 2016년 5월 3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서 개헌파 집회가 열린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에서는 2항을 삭제해 자위대가 ‘전력’으로서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포스트 아베’ 유력주자이기도 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대표적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2항을 삭제하고 ‘국방군’ 창설을 명기한 2012년 개헌안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는 현재 ‘자위대 명기안’과 ‘2항 삭제안’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다. 아베 총리가 우선 넘어야 할 과제는 당내 개헌안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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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은 2020년 새 헌법 시행을 목표로 이르면 올해 안에 국민투표까지 부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려면 가을 전 정기국회에서 개헌안이 발의되어야 한다. 자민당이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는 2019년에는 일왕의 퇴위 등 굵직한 정치·사회 이벤트가 많아서다. 또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선거에 질 경우, 개헌 세력인 3분의 2를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총리 주변에서 “개헌 논의를 2018년초에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초당파 의원 모임의 신헌법 제정 추진대회에 참석해 헌법 시행 70주년인 올해 개헌의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딛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초당파 의원 모임의 신헌법 제정 추진대회에 참석해 헌법 시행 70주년인 올해 개헌의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딛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오는 9월 총재선거와도 연관이 있다. 개헌 논의를 총재선거 전에 어느 정도 마무리 짓는 것이 아베 총리에게 유리하다. 닛케이 신문은 “자민당 내에서 개헌과 관련한 대립구도가 선명해지면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는 (아베 총리의) 계산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두소감(신년사)에서 “2020년, 그 이후를 바라보겠다”고 밝히며, 올 가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3선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러나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개헌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공명당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가 끝난 뒤, 자민당과 연립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개헌을 지향한다”라는 조항에 반대한 것을 알려졌다. 자민당은 당초 연립정권 합의문에 “국민의 폭넓은 이해를 얻어 헌법개정을 지향한다”는 문구를 제시했지만, 공명당 측에선 “당과 지지자들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며 이 문구의 삭제를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헌법개정을 향한 국민적 논의를 심화하고, 합의 형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완화된 표현으로 절충됐다.

 일본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오른쪽)가 2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기 앞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11.23 청와대사진기자단 / 국민일보 이병주기자

일본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오른쪽)가 2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기 앞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11.23 청와대사진기자단 / 국민일보 이병주기자

지난달 20일 자민당이 ‘자위대 명기안’ 등을 포함한 개헌 4개 항목(자위대, 긴급사태, 참의원 선거구 합구, 교육 무상화)을 발표했을 때도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자민당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냉랭하게 반응했다. 공명당도 올 가을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야마구치 대표가 임기중 개헌에 상당히 신중하다”(공명당 관계자)고 마이니치 신문은 전했다. 중의원 선거에서 의석수가 줄어든 공명당이 ‘정권의 브레이크’ 역할을 강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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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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