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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전문가들의 경제 전망 "디지털 경제로 패러다임 바꿀 수 있느냐, 중대한 전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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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 경제 재도약 여부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달려있다. 2018년은 그 전환을 시작하는 해가 돼야 한다".

ICT 기반 새로운 성장 축 필요한 시점 #디지털 경제가 미래형 일자리 만들어 #인류 삶 바꾸는 혁신은 규제로 못 막아 #똑똑한 젊은이들 '창직'에 뛰어들어야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벤처·스타트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의 '개띠 해', 무술년(戊戌年)에 대한 바램을 요약하면 이렇다. 디지털 경제란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생산·소비·유통 등 경제활동을 말한다. 기존 산업이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뉴테크놀로지와 결합하거나 온라인 플랫폼과 결합하는 과정도 디지털 경제에 포함된다.
 '코리아스트타업포럼'의 김봉진 의장(우아한형제들 대표)은 "10년 뒤를 보고 경제성장의 새로운 축을 만들어낸다는 관점에서 디지털 경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신생기업 138곳이 모인 협의 단체다. 김 의장은 미국과 중국을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국 상위 5대 기업에 아마존·구글·애플·페이스북이 포함되고, 중국에서도 텐센트·알리바바가 최고 기업으로 우뚝 섰다"며 "이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에서 새로운 경제 성장 모델을 성공적으로 찾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

박소령 퍼블리 대표

디지털 콘텐트 유료 판매 플랫폼 '퍼블리'를 창업한 박소령 대표는 '기존 산업과 디지털 경제의 적극적인 결합'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디지털만으로 세계적 성공사례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우리 경제의 주축을 차지하고 있는 전통 제조업이 IT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 디지털 경제가 빠르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디지털 경제가 중요한 이유로 성장 뿐 아니라 '일자리의 질'을 꼽았다.

김 의장은 "앞선 세대들처럼 조선소나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면서 가족을 건사하는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디지털 경제가 창출하는 미래형 일자리에서 지식 노동을 제공하는 층이 두터워지도록 산업구조의 이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카카오 또는 일부 게임 업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이들 기업의 성공을 평가절하하는 국내 분위기가 아쉽다"고 말했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하나같이 규제 문제를 꼽았다. 서울시와 불법 택시 영업 공방을 벌이고 있는 카풀앱 '럭시'의 최바다 대표는 "삶의 편의를 높이려는 기술의 진보는 일시적으로 막을 수는 있어도 영원히 막아지지 않는다"며 "이미 카풀이 기존 택시시장을 대체하고 있는 중국이 좋은 예"고 말했다.
그는 "현행 법에 없을 정도로 새롭기 때문에 혁신적인 서비스인 것"이라며 "시대에 맞지 않는 법규로 국내 사업자를 옥죄는 사이 외국 기업들이 시장을 차지하는 일을 반복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천재 개발자' 소리를 듣던 다날의 류긍선 대표는 2000년대 중반 세계 최초로 휴대폰 인증 방식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후 류 대표가 6년여간 경찰에 불려다니는 사이 모바일 결제 시장을 후발 외국기업들에 빼앗겼다.

최바다 럭시 대표

최바다 럭시 대표

최 대표는 "페이먼트(결제) 시장에서 한국이 세계 1위에 오를 기회를 우리 손으로 먼저 만들고도 놓쳤다. 새해부터는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혁신도 성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이 카카오톡에서 손쉽게 매출 관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든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유럽의 핀테크 혁신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2018년 1월1일부로 '오픈 뱅킹 법안'이 발효됐다. 은행이 보유한 개개인의 금융 데이터를 제3자가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김 대표는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일종의 '데이터 중립성(누구나 금융 데이터를 차별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을 도입한 것"이라며 "변신이 더디다는 유럽조차 혁신의 기반 마련에 전향적으로 나서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디지털 경제의 정착을 위해선 취업 보다 '창직'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박소령 대표는 "한국에서 스타트업은 지연·학연·혈연에서 많은 것을 확보한 부류가 뛰어드는 분야가 됐다"며 "이는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들만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결국 사람이 전부"라며 "똑똑한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이 아니라 보다 많이 디지털 경제에 뛰어들게하려면 실패시에도 최소한의 안전망이 작동하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희·하선영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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