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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커지는 김영완 빼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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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이 2000년 3월 현대로부터 받은 비자금은 權씨가 김영완(金榮浣.50.해외도피)씨를 앞세워 현대 측에 먼저 현금 2백억원을 요구했고, 현대 측은 계열사 임원 田모씨를 통해 한달 이내에 요구한 금액 전액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중 金씨가 총선 이후 보관해온 잔여금 50억원에 대해 김영완씨는 "權씨가 2004년 총선 자금으로 쓰려 한 것 같다"고 최근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낸 진술서에서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金씨가 權씨 및 박지원(朴智元.구속)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비자금 관리인이었으며, 자금과 관련한 내용들을 감추기 위해 權.朴씨 측이 그를 출국시켰다는 이른바 '기획도피설'이 다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安大熙검사장)는 전날 權씨를 구속기소한 데 이어 1일 박지원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으며 이번주 중 朴씨를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수뢰)로 추가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權씨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다른 기업의 추가 정치자금 제공 의혹, 그리고 權.朴씨 외에 현대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를 이번주 중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SK 비자금에 대한 수사도 대검 중수부(중수1과)에서 맡기로 했다.

◇2백억원 전달 경위=1일 공개된 權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4.13 총선 전인 2000년 2월 權씨는 金씨와 공모해 고(故)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과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을 서울 S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鄭회장이 금강산 사업과 관련해 카지노 및 면세점 허가를 비롯한 대북사업 전반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權씨는 이의 수락과 함께 정치자금을 요구했다.

특히 權씨는 "김영완씨가 해달라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도와 달라"고 했고, 金씨는 鄭회장에게 "2백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해 3월 鄭회장은 친구인 田모씨를 통해 다섯차례에 걸쳐 2백억원이 담긴 현금상자들을 金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2백억원을 받아내는 과정과 받은 돈을 관리하는 데 金씨가 權씨의 대리인 역할을 한 것이다.

검찰은 "金씨가 權씨의 총선 잔금 50억원을 지금까지 보관 중"이라고 말해 지난해 3월 金씨가 떼강도에게 빼앗긴 1백여억원 중에는 문제의 50억원은 포함돼 있지 않았음을 밝혔다.

강주안.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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