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조직과 전쟁 벌이라" 시킨 대구 '동성로파' 전 두목 구속

중앙일보

입력

2013년 6월 대구 한 수퍼마켓에서 동성로파 조직원들이 패싸움 무기로 쓸 야구방망이를 수십개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 대구경찰청]

2013년 6월 대구 한 수퍼마켓에서 동성로파 조직원들이 패싸움 무기로 쓸 야구방망이를 수십개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 대구경찰청]

대구 최대 폭력조직인 '동성로파' 전 두목이 4년 전 포항 삼거리파와 원정 패싸움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대구지검 강력부는 동성로파 전 두목 A씨(52)를 범죄단체활동 등 혐의로 지난 29일 구속 기소했다.

해수욕장 이권 놓고 포항삼거리파와 원정 패싸움 지시 #지난해 두목 자리 넘긴 후에도 동성로파 실세로 활동 #경쟁자 '린치'하도록 시킨 동성로파 고문도 함께 구속

사건의 발단은 2013년 6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성로파 조직원 40여 명은 흉기와 야구방망이 등을 준비해 차량 6대에 나눠 타 경북 포항시 북구 월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포항 지역 폭력조직인 '포항 삼거리파'와 월포해수욕장 수상레저사업 이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실제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동성로파 일당이 월포해수욕장에서 2시간가량 기다렸지만 포항 삼거리파 조직원들이 나타나지 않으면서다.

하지만 동성로파 조직원들은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대구경찰청은 이들이 패싸움을 벌이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수사를 시작해 조직원들이 흉기를 구입하는 장면, 포항으로 가는 장면 등이 포착된 폐쇄회로TV(CCTV)를 확보해 이들을 검거했다. 이 사건으로 동성로파는 43명이 입건됐고 24명이 구속됐으며 이 중 18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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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동성로파 부두목이 모든 책임을 지고 구속됐지만 실제 지시는 두목이었던 A씨로부터 나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2013년 A씨가 원정 패싸움을 지시했고 경찰에 발각되자 부두목에게 뒤를 봐주는 조건으로 책임을 떠넘겼다고 전했다.

A씨는 2007년 동성로파 두목으로 추대됐다. 지난해 두목 자리를 넘겨준 뒤에도 여전히 동성로파 실세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내 주도권을 잡고자 부하 조직원들을 시켜 경쟁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상해교사)로 동성로파 고문 B씨(67)도 함께 구속 기소됐다. 2012년 5월 또 다른 조직의 고문인 C씨(67)의 집에 찾아가 '린치'할 것을 부하 조직원들에게 시켜 C씨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다.

B씨는 동성로파 전 두목 A씨의 측근으로, A씨가 동성로파 두목이 된 이래로 현재까지 동성로파의 자금책이자 고문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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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조직폭력범죄는 범죄의 직접적 피해자는 물론 선량한 다수의 시민들에게도 불안감을 조성하고 법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행"이라며 "앞으로도 폭력범죄단체와 그 구성원들에 대한 지속적 단속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직원이 100여 명인 동성로파는 대구 4대 폭력조직(동성로파·향촌동파·향촌동신파·동구연합파) 중 하나다. 지난 1973년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를 거점으로 조직됐다.

조직 선배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규율을 어겼을 때는 철저히 응징하며 다른 조직과의 싸움이 일어났을 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행동강령을 따른다. 95년 활동 영역을 대구시내 전 지역으로 확장시키고 광주광역시 등 다른 지역의 폭력조직과 연계활동을 강화해 왔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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