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장 기습폐교’ 초등학교 파문...“학생 수 줄어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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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실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초등학교 교실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가 신입생까지 정상적으로 모집하고 폐교 신청 사실을 학부모들에 기습적으로 통보해 논란이다. 교육청 측에서는 아직 폐교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학교법인 은혜학원)는 지난 28일 오후 서울 서부교육청에 폐교 인가 신청을 냈다. 학교 측은 같은 날 학부모들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사립학교의 회계구조상 수년간 지속된 학생 결원으로 인해 재정적자가 누적돼 왔다"며 "금년에는 신입생 지원자 수가 정원 60명 대비 절반에 그치는 등 학령아동 감소 추세에 따라 개선될 전망이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8년도에 정상적인 학교운영이 불가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2018년 2월 말 부로 폐교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폐교 신청 사실을 알림문으로 당일 받아보게 된 셈이다.

한 학부모는 "방학식 전날인 지난 28일 학교 측으로부터 폐교 통보를 받았다"며 "부랴부랴 다른 학교를 알아보고 있는데 공립학교의 경우 지난 28일자로 신청이 마감됐고, 사립학교의 경우에도 미리 접수를 해야 하고 TO(정원)도 없다고 해서 화가 나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법적 대응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교육청이 수습에 나섰다.

서울 서부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28일 폐교 신청을 받은 것은 맞지만, 폐교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최우선적으로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폐교를 하지 않고 다른 방안을 찾을 수도 있고 만약 폐교를 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도록 아이들이 다 졸업할 때까지 기다리는 등의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며 "폐교 신청을 한다고 해서 바로 학교가 폐교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교 측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폐교 권고'를 받았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폐교 권고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학교 측이 우리와 협의를 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측에 진위를 확인해 봤는데 누가 권고를 했는지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령인수 감소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으로 서울시 내 초등학교가 폐교를 검토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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