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생에 방점 찍힌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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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문재인 정부가 어제 단행한 ‘신년 특별사면’의 내용을 뜯어보면 민생(民生)을 우선시하면서 특정 성향 인사들의 사면에 부정적인 국민 정서를 감안한 흔적이 역력히 묻어난다. 진지한 고민의 산물로 보인다.

이번 사면은 일반 형사범·불우 수형자 등 6444명에 대한 특별사면, 운전면허 행정처분 대상자 165만여 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가 주축이다. 수혜자는 이른바 ‘생계형 서민 범죄자’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부정부패 연루 공직자와 기업인을 이번 특사에 철저히 배제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뇌물·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에 대해 사면권 제한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이 특사에서 제외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당초 정부는 세월호 참사 집회, 사드 배치 반대 등 5개 집회로 형사처벌을 받은 이들의 사면을 검토하다가 용산 화재 참사 때 사법처리된 철거민 25명만 생계 등의 사유로 사면키로 결론 내렸다. 이는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적절한 선택이다. 5개 집회 참석자 중엔 불순 세력도 있을 것이다. 옥석을 구분하는 게 당연하다. 일부 진보단체가 폭력 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물론 내란선동죄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까지 양심수라고 주장하며 특사 석방 공세를 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다만 정치인 중에서 유일하게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원포인트 특별복권’ 대상에 선정된 것은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MB 저격수’가 풀려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사법권을 제한해 은전을 베푸는 사면권은 남발돼서도,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행사돼서도 안 된다. 이번 민생 중심 특사가 이런 원칙이 지켜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