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자리 넘쳐 구인난 … 부러운 일본 AI혁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잇쇼니 오샤베리 시마센카?”(같이 얘기 나눌까요?)

AI 기계가 호텔 안내·체크인 #인공지능 소믈리에까지 등장 #한국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 #AI 일손 쓰며 일자리 줄어들어

지난 27일 일본 도쿄의 하얏트 호텔 로비. 인공지능(AI) 로봇 페퍼가 길을 헤매는 투숙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렇게 말을 걸었다. 페퍼는 16개의 고성능 센서를 장착해 5m 거리에서도 사물을 알아보고 행동한다. 페퍼는 데스크와 레스토랑 등 호텔 곳곳을 안내해 주고, 영어와 일본어로 자신의 생일과 출신지, 날씨 등 간단한 수다를 떨며 관광객을 맞는다. 호텔 프런트 직원은 “페퍼가 호텔 직원 한 사람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 호텔이 페퍼를 들여온 것은 손님끌기용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심각한 일손 부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와중에 인구 감소로 구인난이 심해지자 산업 전반에 무인화·자동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파도가 거센 곳은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업종이다. 올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지난해(2404만 명) 기록을 넘어 30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호텔 근로자, 가이드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방 배정과 열쇠 제공, 각종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체크인 자동화기기를 도입하는 호텔이 늘었다. 주변 관광지 등을 소개해 주는 전화 인공지능 기기, 일본어로 말하면 영어로 바로 통역해 주는 확성기도 등장했다.

일본인의 종합 생활 서비스 센터인 24시간 편의점 체인도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하는 ‘무인 편의점’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편의점 체인 로손의 다케마스 사다노부 사장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봄 도쿄에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를 활용한 무인점포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NTT도코모 등 통신사들도 인공지능을 탑재한 태블릿PC를 영업점에 배치해 영업 인력 부족에 대처하고 있다. 와인을 골라 주는 소믈리에 인공지능 기기도 등장했다.

도쿄 시나가와(品川)에서 쇠고기 덮밥 체인점을 운영하는 후지와라 도루(43)는 “고객이 직접 자판기에서 식권을 구입해 주문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낮출 수 있다”며 “덕분에 규동 가격을 360~580엔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일본처럼 자동화 기기가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과는 급이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인화·자동화를 서두르고 있어서다.

알바천국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 등을 이유로 아르바이트생 대신 무인기계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영홍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무인화·자동화를 가속시켜 일자리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노동집약적인 유통 부문에서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