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로 금지한 북한 선박에 정유제품 환적한 홍콩 선적 억류, 여수항 입항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 항구에서 정유제품을 싣고 출항한 뒤 북한 배에 몰래 옮겨 실은 외국 선박이 정부 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검색·동결·억류를 의무화한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397호가 채택된 이후 첫 억류 사례다.

의심 선박 억류ㆍ동결 의무화한 유엔 결의 2397호 채택 후 첫 억류

정부는 29일 “여수항에 입항해 정유제품을 환적하고 출항한 홍콩 선박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가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삼정 2호’에 정유제품을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이전했음을 인지하고 배를 억류했다”며 “북한이 불법 네트워크를 이용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교묘하게 우회한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정부는 약 600t의 정유제품이 북한 선박으로 이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촬영한 사진에 담긴 북한 금별무역 소속 례성강 1호(화살표)의 환적 모습. 북한 짐을 실었더라도 제3국 선박이면 부산항·인천항에도 들어올 수 있다.[미 재무부 홈페이지=연합뉴스]

지난 10월 19일 촬영한 사진에 담긴 북한 금별무역 소속 례성강 1호(화살표)의 환적 모습. 북한 짐을 실었더라도 제3국 선박이면 부산항·인천항에도 들어올 수 있다.[미 재무부 홈페이지=연합뉴스]

관세청 조사 결과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는 대만 소재 기업인 빌리언스벙커 그룹이 임대해 운용하는 중이었다. 이 배는 지난 10월 11일 여수항에 들어와 일본산 정유 제품을 적재한 뒤 나흘 뒤 목적지를 대만으로 알린 뒤 출항했다. 하지만 대만으로 가지 않고 같은 달 19일 공해상에서 같은 선박 회사 소속 선박 3척과 북한 선박 1척 등 총 4척의 선박에 정유제품을 옮겨 실었다. 이후 지난 11월 24일 다시 여수항으로 들어왔고, 정부 당국은 조사에 들어갔다.

관세청 관계자는 “처음에 화물 관리인이 600톤을 이적한 선박의 이름을 모른다고 했는데 삼정 2호 사진을 보여주며 추궁하자 ‘이적한 선박과 같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9월 초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 11항은 어떠한 물품도 북한 선박과 선박 간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22일 채택된 2397호는 선박을 사용한 제재 회피 사례를 막기 위해 의심되는 선박이 항구로 입항하면 검색·동결·억류를 의무화했다. 이를 위한 정보 교류도 의무 조항으로 넣었다. 최근 미국 정부는 라이트하우스 윈모어와 삼정 2호 등 10척에 대해서 대북 제재 대상에 추가해달라고 유엔 안보리에 요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대응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며 정보의 입수와 평가, 조사가 실시됐다”며 “조치 결과는 향후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