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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한의원 들어서는 순간 시작, 오감으로 진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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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13) 

지금처럼 의료기기들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의 의사들은 진단을 어떻게 했을까? 한의학에서는 망문문절이라는 것으로 정리한다. 망은 보는 것, 즉 관찰해서 아는 것이고, 문은 들어서 아는 것, 문은 물어서 아는 것, 절은 만져서 아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 듣고, 묻고, 만지는 망문문절 #수천년 쌓인 경험을 모아 모든 감각으로 진단 #진맥은 여러 가지 중 하나, 그것도 맨 마지막에

흔히 한의원에 진찰을 받으러 오면 손목을 내밀면서 내 몸 상태가 어떤가요? 하고 진맥을 부탁하는 광경을 보곤 한다. 이것은 한의학의 여러 진단 방법 중에서 마지막 절진 중에서도 한 부분인 맥진에 해당한다. 우주 전체의 모습과 자연의 모습이 함께 움직이고, 자연의 기운이 인체에 반영이 되어 있다는 연결을 전제로 하여, 한 부분이 전체를 반영한다는 양자역학의 이론이 인체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주가 한 명의 인체에 반영돼 

한의사는 진맥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중앙포토]

한의사는 진맥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중앙포토]

따라서 몸 전체의 기운을 혈액순환이 가장 역동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손목의 한 부분에서 살펴보는 것은 신비한 일 같으면서도 상당히 타당하게 보이는 행위이다. 이 부분은 동의보감의 순서상 뒷부분 맥진(진맥) 부분에서 한 번 더 살펴보기로 하고, 진맥하는 행위는 한의학 진단의 일부라는 것만 알아두면 좋겠다.

먼저 망은 관찰해서 아는 것이다. 허리가 아프면 허리를 손으로 짚고 있을 것이고, 머리에 손을 대고 있으면 두통이 있을 것 같다는 식의 망진은 유치원 수준의 방법이다. 사람을 관찰할 때 안색을 살피고, 기운의 흐름이 얼굴과 몸에서 어떤 식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눈빛이 형형하면 기가 강한 것이고, 입술 색이 연분홍빛이어야 혈액순환이 정상적인 것이다. 혀의 상태를 보면 심장 활동이 어떤지, 소화기는 어떤지 알아볼 수 있다. 손바닥을 살펴보아 소화기 상태는 건강한지 알 수 있고, 손톱의 상태로 간의 건강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머리카락이 윤기가 나는 사람은 간과 신의 기운이 왕성한 것이다. 어깨가 떡 벌어지고, 골격이 좋은 사람과 웅크리고 있는 사람의 기운의 흐름과 소화기 상태는 얼마나 다른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상체 비만은 상부에 열이 왕성한 분들에게 많다. [중앙포토]

상체 비만은 상부에 열이 왕성한 분들에게 많다. [중앙포토]

상체 비만은 상부에 열이 왕성한 분들에게 많고, 하체 비만은 골반 순환이 안 되어 그런 경우가 많다. 머리털 끝부터 손톱 발톱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다. 한 부분 한 부분이 모두 몸속의 내용을 반영해 사인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 5천년의 역사는 경험이 무수히 쌓여서 사람의 겉모습만 보더라도 어느 장부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힌트를 엄청나게 다양히 전달하고 있다.

관찰의 또 한 가지는 체형이다. 몸의 균형이 좌우 밸런스가 맞는지, 앞으로 몸이 쏠리지는 않았는지, 뒤로 넘어간 건 아닌지를 본다. 척추가 휘어지진 않았는지를 봐서 척추측만을 비롯해서 척추의 균형을 본다. 좌우 골반의 높낮이와 무릎의 기울기를 보고서 척추 전체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기둥일 뿐만 아니라 척추 마디마디마다 나오는 신경들에서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뇌척추액의 흐름을 보호하는 곳이기 때문에 매우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이 외에 눈으로 보고 관찰함으로써 알 수 있는 정보는 무수히 많고, 한의학적인 이론을 통해서 정리된 사안들이 여러 학파의 다양한 연구로 각기 정립되어 있다. 어떤 학파는 이목구비의 크기 차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학파는 체형 중에서 발달한 부위를 중요시하여 진단한다.

문진 중 답변 외에 알아낼 수 있는 것 

한의사가 환자를 문진중이다. [중앙포토]

한의사가 환자를 문진중이다. [중앙포토]

문진은 환자의 상태를 들어서 아는 것인데, 이때 듣는다는 것은 환자에서 풍기는 모든 것을 느낀다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음성이 탁한지 맑은지, 하품을 자주 하는지, 입 냄새는 나는지, 소변의 냄새는 역겨운지 등을 종합하는 것이다. 망진과 비슷한 면이 있긴 하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외의 정보들을 취한다고 보면 되겠다.

동의보감 목차 상 이번 편이 성음과 언어를 안내해 드릴 시간인데, 이편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된 부분들이 바로 이것이라 종합적으로 설명하기로 결정하였다. 한 사람의 목소리, 딸꾹질, 하품 등의 정보로도 이 사람의 기운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를 살펴볼 거리가 참 많다는 것이 한의학 관찰의 우수성이 아닐까 한다. 이런 정보 하나하나를 계통화하여 어느 시스템 안에 들어 있는지를 살펴 그 시스템 전반을 살펴 치료하는 것이 한의학 치료의 특징이다.

또 하나의 문진은 환자들이 말하는 바를 듣고 대화해서 아는 것이다. 어디가 아픈지 의사가 알아 맞히기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픈 당사자의 이야기를 바로 듣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 아팠고, 처음 아픈 원인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인지 등을 듣는다.

요즘 양의학에서 C/C(주로 호소하는 증상), 히스토리(지난 병력), 약물 투여 상황 등을 서로 대화하는 것과 동일하다. 이 사항은 현재는 한의학과 양의학이 교류하면서 서로 거의 비슷한 체계를 활용한다. 통증이 있는 부위를 검사할 수는 있지만, 통증의 정도는 추정만 할 뿐 실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람마다 느끼는 통증 수준도 제각각인 점도 통증 측정을 어렵게 한다. 이런 부분은 환자의 말을 참고하는 것이 가장 좋다.

상담에서 마음의 병을 찾아내

한의학에서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한의학이 심신의학, 즉, 심리적인 마음의 문제와 몸의 문제를 굉장히 긴밀하게 여기기 때문에 문진 과정에서 감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필자의 한의원에서는 거의 하루에 한 명꼴로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있다.

아픈 기간이 오래되고, 난치병일수록 그런 호소도 짙게 하고, 한국 특유의 스트레스성 질환인 화병에 의한 원인을 언급하려 치면 바로 울음이 터지는 경우가 있다. 모든 의학 분야에서 심리적인 요인은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환자의 말을 잘 듣는 것은 치료의 일환이기도 하다.

체형을 살필 때 직접 손으로 눌러본다. [중앙포토]

체형을 살필 때 직접 손으로 눌러본다. [중앙포토]

마지막 절진은 만져서 아는 것이다. 체형을 살필 때 직접 손으로 눌러 보고 척추 상태나 흉곽 상태, 발목 무릎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이런 것은 직접적인 방법이고, 한의학 절진의 꽃은 바로 경락진단이다. 그중에서 등 척추의 배수혈과 배 복부의 복모혈을 살펴 오장육부를 유추하는 방법은 정말이지 절묘하다.

현대 양의학의 복진이 정리된 것도 이런 역사적인 경험이 충분히 쌓여서 정리되었는데, 양의학은 몸 안의 실질장기의 상태를 보는 편이고, 한의학은 실질장기뿐만 아니라 각 장기가 나타내는 기운의 발현처를 진단하는 것이 더해져 있다.

그리고 그 후에 손목에서 진맥한다. 손목의 펄스 상태를 여섯 군데로 구분하고, 다시 한 군데마다 5층으로 나눈 다음, 각 부분의 흐름을 28가지 경우로 나누어서 진단하게 되니, 840가지가 넘는 조합을 만들어내고, 이를 다시 오장육부 각 연결관계까지 조합한다면 손목 하나에서도 어마어마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이렇듯 한의학의 진단은 굉장히 치밀하고 경험으로 검증된 과학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그런데도 당연히 몸 안쪽의 상태를 직접 관찰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지금처럼 혈액검진으로 많은 정보를 얻고, 뼈를 x-ray로 바로 보고, 장기를 초음파로 관찰하며, 뇌 상태를 MRI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시대에 쉽고 빠르게 진단하면서 한의학적인 사인을 함께 고려한다면 더욱 정확한 진단이 될 것이다. 현대 물리학과 공학이 만들어 낸 산물까지 함께 해서 환자의 진단이 더욱 정확해진다면 환자분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hambakusm@hanmail.net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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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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