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조선업체들 주가 급락, 구조조정 이상신호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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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현대중공업 주가가 27일 가격제한폭(30%) 가까이 떨어졌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6일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발표 뒤 주가가 1만2000원대에서 7000원대로 급락했다. 두 회사의 주가 급락 이유는 판박이다. 4분기 적자전환이 예고된 상황에서 예상보다 큰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는 점이다. 회사 자금 사정과 업황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사실 조선사들의 경영상황 악화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2016년 ‘수주 절벽’으로 한국 조선업의 수주액이 80% 가까이 감소했다. 2017년 수주량이 다소 늘어났다고 해도 2015년 이전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폐쇄하거나 비워두고 있는 도크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조선사들이 인력 감축, 사업구조 재편 등 구조조정과 함께 어느 정도의 유상증자를 하리라고 예상돼 왔다. 그럼에도 그 규모가 예상 밖으로 커 시장이 충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의 구조조정만으로 세계 1, 2위인 두 조선사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마저 불거지고 있다.

물론 주가 급락의 1차적인 책임은 당사자인 기업에 있다. 하지만 정부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2년 전부터 구조조정을 했으면서도 근본 문제인 공급과잉을 해결할 적극적인 대책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세계 3위인 대우조선은 혈세를 퍼부어 연명시키고 있고, STX조선해양·성동조선 등 중견 조선사도 내년 2월 컨설팅 결과를 보겠다며 처리를 미루고 있다. 산업 전체로 보면 막대한 고정비 지출을 감수하며 막연히 업황이 좋아지길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식으로는 업황 개선과 선가 회복이 오히려 요원해진다. 국민과 기업의 부담도 너무 크다. 구조조정의 목표는 회사가 아닌 산업을 살리는 것이다. 현대·삼성 중공업의 주가 급락이 지금까지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이상신호는 아닌지 정부는 잘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