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골프모임' 로비의혹 총리가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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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의혹의 핵심은 이번 골프 모임에 모 제분회사 회장이 어떤 경위로 참석했느냐는 점이다. 이 회사는 밀가루 가격 담합과 관련해 다른 제분회사들과 함께 최근 몇 달간 공정위의 조사를 받아 왔다. 공정위 측은 과징금이 부과된 이후 골프 회동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로비 시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이 왜 그 기업인의 참석 사실을 숨기려 했는지 궁금하다. 더구나 그는 지난해 이번 골프 멤버들과 함께 총리공관 오찬에 초대받았고, 공정위의 고발 대상자 명단에서도 빠져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지난해 이 제분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8% 가까운 지분을 확보한 것도 석연치 않다. 교원공제회 측은 순수한 투자 목적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중소형 주식에도 투자한다는 원칙에 따라 20종목을 골랐는데 여기에 이 제분회사가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이기우 교육부 차관은 당시 총리 비서실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2004년 7월까지 교원공제회 이사장을 지냈다. 그뿐만 아니라 널리 알려진 '이 총리의 사람'으로 이번 골프 모임에도 동행했기 때문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당사자들이 거짓말로 진실을 덮으려 해 의혹을 더욱 키웠다는 점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의 옷 로비 사건을 연상시킨다. 제2의 옷 로비 사건으로 비화하지 않게 하려면 이 총리가 먼저 국민 앞에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골프 모임을 만들었으며, 로비 시도는 없었는지 스스로 밝혀야 한다. 교육부 차관도 교원공제회의 주식 매입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 및 참석자와 관련해 왜 말을 바꿨는지 솔직히 털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