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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내일부터 당원 투표, 국회의원은 19대 20 두 동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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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 소송대리인 홍훈희(오른쪽)·한웅 변호사가 25일 ‘전 당원 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 서류 접수를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 소송대리인 홍훈희(오른쪽)·한웅 변호사가 25일 ‘전 당원 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 서류 접수를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이 두 동강 나며 사실상 내전 상태로 들어갔다.

반대파, 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 #호남 지역구 17명, 비례 3명 서명 #‘각목 들고 당사 집결’ 문자도 돌아 #손학규 복심 이찬열은 친통합 쪽

국민의당 나쁜투표거부운동본부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전 당원 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당무위원회를 통과한 전 당원 투표를 막기 위한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국민의당 당무위원회는 지난 21일 ▶바른정당과의 통합 ▶안철수 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전 당원 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7~28일 케이보팅(정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 투표 시스템), 29~30일 ARS 투표, 31일 결과 발표 순으로 일정이 진행된다.

가처분 신청에는 국민의당 현역 의원 20명이 서명했다. 국민의당 소속 전체 의원 수는 39명이다.

이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보수 세력과의 야합’으로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박지원(목포)·정동영(전주병)·천정배(광주 서을) 의원 등 호남 지역구 의원 17명과 이상돈·박주현·장정숙 의원 등 비례대표 3명이 참여했다. 중립파로 분류됐던 이용호 정책위의장과 김종회·윤영일 의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장진영 최고위원이 SNS에 공개한 통합 반대파 추정 대화방 화면으로 ‘각목 등을 준비하고 당사로 모이라’는 내용이 있다. [연합뉴스]

장진영 최고위원이 SNS에 공개한 통합 반대파 추정 대화방 화면으로 ‘각목 등을 준비하고 당사로 모이라’는 내용이 있다. [연합뉴스]

반면 투표거부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19명은 대체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지지한 의원들이다. 이 그룹에는 수도권 출신의 김성식(서울 관악갑)·이언주(광명을)·이찬열(수원갑) 의원과 오세정·이태규·김수민 의원 등 비례대표 10명이 참여했다. 호남 의원 중에선 김동철(광주 광산갑)·권은희(광주 광산을)·송기석(광주 서갑) 의원과 김관영(군산)·손금주(나주-화순)·주승용(여수을) 의원 등 6명이 함께했다.

이 중 관심을 끄는 것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의 복심(腹心)이라는 이찬열 의원이다.

손 의장은 지난 21일 귀국 직후 ‘중도개혁통합’을 강조하며 “파괴를 통해 새로운 길을 열고, 통합을 통하여 간격을 없애고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양측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본다. 이날 통합파 장진영 최고위원은 통합반대파 측이 전 당원 투표를 저지하기 위해 상경 시위를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를 돌렸다고 폭로했다. 문자메시지에는 “지구당마다 50명씩 동원체제를 갖춰 주시고, 지참물은 하이바, 배낭에 넣을 수 있는 50센치 정도의 각목을 준비하시고, 가죽 장갑을 착용하시고, 집결지는 국민의당 중앙당사”라는 대목이 있다.

국민의당이 이대로 갈라설 경우 반통합파 측은 20명 확보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 반면 나머지 19명도 바른정당(11석)과 통합하면 30석을 만들어 또 다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원내 지형이 거대 2당(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과 미니 2당의 4당 체제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통합파든 반통합파든 탈당 시 의원 자격이 박탈되는 비례대표가 포함돼 있다. 새로운 원내교섭단체 추진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내전이 ‘밀어내기’ 양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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