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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한 번 쓰고 버리는 경제, 다시 쓰고 순환하는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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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한번 쓰고 버릴 수 있는 것을 발명하라. 그러면 고객이 그것을 더 많이 사러 올 것이다.” 탄산음료 유리병의 마개를 발명한 윌리엄 페인터가 영업사원 킹 캠프 질레트에게 한 충고다. 고민하던 질레트는 1895년 어느 날 아침, 면도를 하다 일회용 면도날을 생각해냈다. 쓰레기를 반대했던 유토피아 사회주의자 질레트가 일회용 면도날을 발명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윌리엄 페인터가 질레트에게 던진 충고 속에는 현대산업사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의 본질이 잘 담겨있다. 한 번 쓰고 버릴 수 있는 일회용품의 발명은 소비자에게는 편리함과 쾌감을 안겨주고, 생산자에게는 이득을 안겨준다.

일회용 기저귀와 생리대는 여성들이 사회활동 하는 데 일조했다. 일회용 포장재에 담겨 팔리는 음료와 식품은 조리의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그렇지만 우리가 일회용품에 중독되어 가는 동안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일회용품과 관련,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바다 쓰레기 문제다. 일회용 비닐봉지를 삼키고 죽은 고래의 모습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가득한 어패류가 식탁에 올라올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환경문제로 증폭되고 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유럽의 프랑스까지 일회용 비닐봉지의 사용을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일회용품 사용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으며,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지의 사용을 없애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회용품의 사용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규제의 강화가 필요하지만, 일회용품 사용규제로 인한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소비자의 인식개선도 뒷받침되어야 하고, 판매자를 포함한 생산자의 역할과 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편의점과 약국 등에서도 일회용 비닐봉지를 없앨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되, 먼저는 여전히 무상으로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철저한 지도 점검이 필요하다.

매장에서는 판매자의 다회용 컵 제공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하고 소비자들은 다회용 컵을 이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일회용 컵의 사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불가피하게 사용된 일회용 컵의 회수 및 재활용을 위해서는 보증금 제도가 도입되어야 하고, 모두가 보증금 제도로 인한 불편함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일회용품이 상징하는 자원낭비형 경제가 아니라 다회용품의 순환이용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는 순환경제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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