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끈질긴 자립정신이 한류를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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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모태는 한국인의 끈질긴 자립정신이다."

5일 중국 상하이의 유력 주간지 신민주간(新民周刊)에서 한류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글을 실었다. 이 잡지는 '한류를 통해 본 중국 발전의 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불과 30 ̄40년 전만해도 중국과 큰 차이가 없었던 한국이 준(準)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게 된 배경엔 한국인들의 정신 문화, 특히 유교를 기반으로 한 전통과 현대의 조화 노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특히 한국의 강릉 단오제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실을 들면서 한국인의 전통문화 계승 의지는 중국인들이 본받아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사 전문.

"1960년대 한국의 경제.정치.문화 수준은 중국과 큰 차이가 없었다. 중국과 거의 같은 출발점에 섰던 한국은 불과 50년도 안돼 준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또 1인당 GDP도 중국의 10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으며 일군의 대기업은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영화산업도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한국의 비결은 뭘까. 두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자립이다. 한국의 자립정신은 우선 경제분야에서 꽃을 피웠다. 한국은 50 ̄60년대초 수입 의존 무역구조에서 탈피해 60년대 중반 ̄70년대 '무역입국'같은 수출 우선 정책을 과감히 채택했다. 이 기간에 한국은 공업화의 틀을 다졌으며 제조업 분야에서 발군의 성과를 거뒀다.

80 ̄90년대에 들어선 70년대에 씨를 뿌린 '과학기술입국'정책이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정보통신(IT)분야의 성공은 한국을 과학기술 강국으로 변모시켰다.

한국은 경제.정치의 현대화를 추진하면서도 고유의 전통문화를 잘 보존했다. 특히 유무형의 유교적 전통이 잘 전승됐다. 예를 들어 수년전 산동 취푸(曲阜)에서 재현된 공자묘 제사만 해도 국내에선 이 행사를 진행할 전문가를 찾지 못해 한국에서 초빙해 오지 않았던가. 60년대 문화대혁명 당시 유교의 일반수양 덕목인 육례(六禮)를 타파하자는 선동에 휩쓸려 공자 관련 행사는 씨가 말랐던 결과였다. 이 사실은 다른 한편으로 한국에선 현대화의 격랑에 전통 문화가 파괴되지 않았음은 물론 전통 윤리의식과 미적 감각이 오늘의 경제.정치에 조화롭게 접목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전통을 사랑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국인의 의식에 녹아있다. 한국의 강릉 단오제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실은 더더욱 중국인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한국인의 자주.자립 의지는 최근 외교와 군사 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나 현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자주국방계획' 등은 모두 외교.군사 분야에서 다른 나라로부터 자립하려는 의지의 표출이다.

한국식 자립정신은 단순히 민족성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한 전 국민적 합의라는 측면까지 고려해야 한다. 21세기에 가까운 이웃나라인 한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중국 발전을 위한 참고로서의 가치 외에도 중국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에 우호적인 주변 환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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