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0명’ 3층엔 비상구 안내한 이발사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명 대 0명.

21일 화마가 집어삼킨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에서 계단 하나를 사이에 둔 2층과 3층에 있던 사우나 이용자들은 생사가 엇갈렸다.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22일 밤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22일 밤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2층 여성 사우나에서는 29명 중 20명이 숨지면서 피해가 집중된 반면 3층 남성 사우나 이용객들은 모두 무사히 대피했다. 다른 희생자 9명은 6~7층 헬스장과 계단, 8층 레스토랑에서 발견됐다.

3층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던 건 이발사 김종수(64)씨의 역할이 컸다. 김씨가 불이 난 사실을 일찍 알아차리고 3층 남탕에 있던 10여명을 모두 비상구로 유도해 대피시켰다.

당시 3층 사우나에 있다가 대피한 생존자들은 “목욕관리사(때밀이)가 불이 났음을 알렸고 이발사는 우왕좌왕하는 사우나 이용객들을 비상구로 안내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오후 3시 55분께 여느 때처럼 이발 손님을 받고 있었다. 갑자기 화재 비상벨이 울리고 창밖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다. 손님을 대피시키느라 현장에 5분 정도 더 머무르던 김씨는 유독가스를 마시고 제천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불꽃이 튀더니 순식간에 유독 가스가 목욕탕 3층까지 밀려왔다”며 “손님을 비상구로 유도하고 나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와 함께 피신한 손님은 10여 명인데 탕 안에 얼마나 더 많은 손님이 남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관련기사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