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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폭설·혹한 땐 아이스 아레나서 개회식 ‘플랜B’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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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21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의 야경. 평창올림픽 개회식날 폭설이 내릴 경우 이 곳을 플랜B 장소로 준비 중이다. 강릉=우상조 기자

지난 21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의 야경. 평창올림픽 개회식날 폭설이 내릴 경우 이 곳을 플랜B 장소로 준비 중이다. 강릉=우상조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일인 내년 2월 9일, 만약 개막식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 올림픽 플라자 및 인근 지역에 재해 수준의 폭설이 쏟아진다면 어떻게 할까. 아니면 견디기 힘든 혹한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까.

조직위, 기상이변 대비책 마련 #1만2000석 쇼트트랙·피겨 경기장 #“입장권 환불, 각종 공연 취소 부담 #IOC 등 승인 필요해 가능성 낮아”

혹시 모를 ‘0.1%의 가능성’을 상정한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의 ‘플랜B’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였다. 중앙일보 취재결과 조직위는 올림픽 개·폐회식 당일, 많은 눈이나 강추위 등 극한의 환경이 만들어질 것에 대비해 올림픽 플라자의 대체 개·폐회식장으로 강릉 아이스 아레나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스 아레나는 피겨 스케이팅과 쇼트트랙 전용 경기장이다.

복수의 강원도 관계자는 22일 “위치와 교통편, 관중석 규모, 용도 변경 후 원상회복 가능 여부 등을 두루 고려해 아이스 아레나를 개·폐회식 대체 장소 1순위로 낙점했다”고 밝혔다.

평창 플랜B

평창 플랜B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인 올림픽 플라자는 오각형 모양에 지붕이 없는 개방형 구조다. 본래 대규모 황태 덕장이 있던 장소답게 대관령 특유의 칼바람이 휘몰아친다.

이곳의 2월 평균 기온은 영하 4도~영하 11.7도이며,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일도 있다. 바람이 세게 불면 체감 기온은 영하 30도 가까이 떨어질 수 있다. 개·폐회식 관람객은 5시간 넘게 추위를 견뎌야 할 상황이다.

21일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이 예정된 올림픽플라자 입구에 폴리카보나이트 소재의 방풍막이 쳐져 있다. 평창=우상조 기자

21일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이 예정된 올림픽플라자 입구에 폴리카보나이트 소재의 방풍막이 쳐져 있다. 평창=우상조 기자

조직위는 매서운 겨울 바람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올림픽 플라자 외벽에 방풍막을 설치 중이다. 높이 3.5m, 총 길이 350m의 아크릴 소재의 방풍막으로 뻥 뚫려 있던 경기장 하단부를 감쌌다. 관람객용 난방기도 40대 준비했다.

지난달 26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이 밤새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혀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대관령 16.2㎝, 평창 대화 9㎝, 정선 사북 6.5㎝, 홍천 내면 6㎝, 횡성 안흥 3㎝ 등 적설량을 기록했다. [평창=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이 밤새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혀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대관령 16.2㎝, 평창 대화 9㎝, 정선 사북 6.5㎝, 홍천 내면 6㎝, 횡성 안흥 3㎝ 등 적설량을 기록했다. [평창=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아크릴 방풍막도 폭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2011~17년 7년간 대관령 인근 지역 2월 평균 강설일수는 6일 정도다. 5㎝ 미만이 4차례, 5~10㎝와 20㎝ 이상이 각각 한 차례였다. 조직위가 우려하는 건 제설(除雪·눈 치우기) 능력을 넘어서는 폭설이다. 2011년 이 지역에는 하루 동안 43.5㎝의 폭설이 쌓인 적이 있다.

조직위는 개·폐회식 당일, 최악의 기상 이변에 맞닥뜨릴 가능성을 ‘0’에 가깝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약간의 가능성에도 대비하기 위해 행사를 실내 경기장인 아이스 아레나로 옮겨서 치르는 ‘플랜B’를 마련했다.

지난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 전경. 이 곳의 수용인원은 1만2000명이다. 강릉=우상조 기자

지난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 전경. 이 곳의 수용인원은 1만2000명이다. 강릉=우상조 기자

아이스 아레나의 최대 수용 인원은 1만2000명으로, 올림픽 플라자(3만5000명)의 3분의 1이다. 하지만 실내 경기장인 만큼 기상 상황과 관계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조직위는 아이스 아레나에서 개회식을 할 경우, 대회 기간 열리는 피겨·쇼트트랙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사전 검토도 마쳤다. 제빙 전문가로부터 “빙판 위에 카펫 등을 덮어 행사를 치른 뒤 복구 작업에 나설 경우, 빠르면 4시간 후부터는 국제경기에 필요한 빙질로 되돌릴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놓은 상태다.

강릉 아이스 아레나의 내부 모습. [중앙포토]

강릉 아이스 아레나의 내부 모습. [중앙포토]

그럼에도 조직위가 “실제로 개·폐회식 장소를 옮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정하는 이유는 절차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올림픽 개회식 장소는 국제적인 약속이다. 변경하려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뿐만 아니라 올림픽 주관 방송사(OBS)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면서 “현재 준비 중인 개회식 프로그램 중 상당 부분을 진행할 수 없고, 개회식 입장권 구매자 중 상당수에 대해 환불 처리하는 과정도 복잡하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서는 내년 2월 평창 올림픽과 3월 패럴림픽 개폐회식 등 총 네 차례 행사가 열린다. 이를 위해 635억원의 건설비를 투입했다. 하루 사용료가 약 158억원인 셈이다. [중앙포토]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서는 내년 2월 평창 올림픽과 3월 패럴림픽 개폐회식 등 총 네 차례 행사가 열린다. 이를 위해 635억원의 건설비를 투입했다. 하루 사용료가 약 158억원인 셈이다. [중앙포토]

올림픽과 패럴림픽 개·폐회식 네 차례 행사를 위해 635억원을 투입한 건물을 활용하지 못할 경우 예상되는 여론 악화 가능성도 큰 부담이다. 2010 밴쿠버 대회는 돔에서, 2014년 소치 대회는 지붕 사이를 대형 가림막으로 덮은 돔 형태의 경기장에서 개·폐회식을 열었다.

러시아 소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소치 올림픽 개막식 최종 리허설에서 화려한 불꽃들이 소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중앙포토]

러시아 소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소치 올림픽 개막식 최종 리허설에서 화려한 불꽃들이 소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중앙포토]

조직위 관계자는 “개회식 장소를 바꾸는 건 개·폐회식장 건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붕(374억원)을 설치하지 않은 당초 결정과 배치된다”며 “플랜B를 준비한 건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최후의 보루를 마련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강릉=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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