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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부산 재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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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지역 재계 불쾌감=골프 참석자들이 지역 상공계를 대표해 이 총리를 만났다는 주장에 대해 부산 재계에서는"총리와 친한 전.현직 정부 인사와 지역 상공인들이 즐긴 사적 라운드"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상의 명예회장인 K회장과 차기 상의회장으로 합의된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이 골프 모임에 들어 있지만 송규정 부산상의회장 등 현 회장단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은 "일부 상공인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이 총리와의 친분을 돈독히 하면서 자신들의 사업에 도움을 받기 위한 자리 같다"며 '로비성 골프'의혹을 제기했다.

부산상의 측은 이번 사태가 그동안 상의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졌던 기업인 간의 불협화음을 다시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 골프 동반자들 대부분 연락두절=신정택 회장은 골프 사실이 알려진 2일 이후 연락이 안 되고 있다. 회사 측은 6일에도 "출장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K회장은 이 총리가 사의를 밝힌 4일부터 잠적 상태다. 골프 참석을 끝까지 숨겼던 Y제분 R회장은 회사 직원을 통해 "이 총리에게 제분업계 담합 과징금 부과와 관련한 로비를 시도했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골프를 함께 친 인사들은 서로 연락하며 사태 추이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6일 '신정택 외 부산지역 상공인 일동'명의로 '최근 논란에 대한 부산지역 상공계의 입장'이라는 글을 언론사에 보내왔다. A4용지 한 장에 쓰인 글에서 이들은 "이번 모임은 지역경제를 위한 충정이 기본 동기였음을 밝히고자 하며 이와 관련한 정치적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유일하게 연락이 닿은 C씨는 "내기 골프를 하지 않았으며 공이 밖으로 나가면 하나 더 치고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한편 아시아드컨트리클럽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 등이 4일 오전 진상 파악을 위해 골프장을 방문, 동반자와 이 총리의 그린피 부담 여부를 물었으나 골프장 측은 "영업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골프장 측은 "영장을 가져오기 전에는 이 총리의 라운드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며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이 총리의 티샷 공을 도우미가 티에 올려주었다' '이 총리가 벙커에 빠트린 공을 도우미가 꺼내주었다'는 등의 소문에 대해서도 일절 말을 않고 있다.

부산=강진권.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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