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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이 둥둥" 죽음의 바다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동해안오염…현장을 가다
『이젠 마 끝장이 난기라예. 보름대목을 볼라꾜 애지중지 키운 미역 한줄도 못따게 됐다카이』
지도에서 토끼꼬리 부분으로 일컬어지는 아늑한 영일만 어장이 기름펄로 변한 경북영일군흥해읍 칠포리∼청하면월포리 16개 어촌.
미역과 김등이 넘실대던 짙푸른 갯바위는 하루 아침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벙커C유로 죽음의 바위로 바뀌었고 양식장 바다목장은 폐허의 바다가 되고 말았다.
동해안 제 1의 어장에 목줄을 걸어온 연안 어민들은 기름에 시꺼멓게 절어버린 어장을 바라보며 어구를 챙길 염두도 내지 못한채 실의에 빠져있다.
『이 기름덩이를 좀 보이소』
하얀 모래알들이 탄가루같이 변해 버린 해안 백사장에서 넋을 잃고 있는 어민들은 『기름덩이를 뜯어내 씻어낸다 해도 앞으로 3년간은 정상어업이 불가능해 당장 살길이 막연하다』고 발을 구른다.
정박중인 어선이나 어구에도 온통 해초와 뒤엉킨 기름이 늪을 이뤄 기자도 강화를 신지 않고는 해안을 걸어다닐수 없었다.
◇ 피해 = 지난 24일 대보리장 기갑등대 동북쪽 2·5마일 해상에서 침몰된 부산 경신해운소속 제309경신호에서 유출된 벙커C유가 덮친 흥해읍 칠포리와 청하면월포리 제 1종 공동어장 1천 19㏊에는 두께 10㎝의 기름덩어리가 마치 죽탄처럼 엉겨붙어 있다.
또 1백 34㏊의 36개 양식장에도 5㎝이상의 기름층이 뒤덮여 한창 자라는 우렁쉥이·전북종묘 등이 모두 폐사, 1백억원이상의 피해를 냈다.
어민 김식백씨(31·흥해면칠포리)는 『3㏊의 우령쉥이 양식장에서 올해 2천 4백만원의 소득을 기대했으나 기름이 덮쳐 소득은커녕 지난가을 5천 6백만원을 들인 양식시설을 송두리째 망쳐놓았다』고 한숨지었다.
특히 미역이나 성게·해삼·전복등을 따서 하루벌어 사는 해녀들은 당장 끼니를 거르게 돼 걱정이 태산.
◇ 벙커 C유 유출확산 = 이같은 피해는 29일 현재일 뿐 기름피해는 규모가 더 커질전망.
흥해와 청하연안과 불과4·5마일의 거리를 둔 앞바다에 길이 10.5㎞, 폭 2백5m의 거대한 기름띠가 금세 해안을 덮칠 듯 북상중에 있어 영덕·울진연안은 물론 강원도 삼척·묵호 해안까지도 초비상. 기름띠가 이들 지역을 덮칠 경우 피해규모는 사상최악에 이를지도 모른다.
영덕·울진관내만도 8백척의 공동어장과 95방의 양식장이 있어 이곳 9백여 어민들은 횃불을 밝히며 철야로 기름의 이동을 지켜보고 있는 실정.
어민들은 침몰 경신호의 벙커 C유가 모두 유출돼 동해연안 어장을 쑥밭으로 만들 경우 피해액은 1천억원대가 넘을 것으로 보고있다.
게다가 벙커C유가 포정시 북부 해수욕장과 불과 2㎞떨어진 환여동 모래사장까지 시꺼멓게 덮치는 등 해수욕장 모래오염까지 우려되고 있으며 이 경우 해수욕장 페쇄사태가 올지 모른다는게 현지주민들의 걱정이다.<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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