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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승부수... '분당열차' 올라탄 국민의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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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당원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당원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당 대표직을 거는 승부수를 던졌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결연한 각오로 국민의당 당 대표 직위와 권한 모든 것을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당원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가 전당원 투표를 제안한 건 박지원ㆍ정동영ㆍ천정배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반통합파 의원들에 대한 설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안 대표는 이날 “안타깝게 일부 중진이 근거를 알 수 없는 호남 여론을 앞세워 통합을 반대하며 대표 재신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당원과 지지자들의 절박한 뜻을 왜곡하는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당원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당원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안 대표 측은 당초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23일을 전후로 해 통합과 관련된 선언을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계획을 앞당겼다.

 안 대표 측은 전당원 투표를 통해 당원들의 통합 의사가 확인되면, 전당대회를 거쳐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안 대표는 이날 “신속한 통합 작업 후 저는 새로운 당의 성공과 새로운 인물 수혈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통합 후 2선 후퇴 계획도 밝혔다.

 안 대표 측은 그동안 당원 대상 여론조사와 8ㆍ27 전당대회 당시 득표율 등을 토대로 승부수가 통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지역의 신규 당원이 대거 유입된 만큼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정작 전당원 투표가 이뤄질 지도 지켜봐야 한다. 박지원ㆍ정동영ㆍ천정배 등 호남 중진 의원들은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의원총회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비공개 여부를 놓고 의원들이 얘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국민의당 의원총회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비공개 여부를 놓고 의원들이 얘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반통합파 의원들은 전당원 투표 저지 운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정동영 의원은 “당원 투표 무효화 저지 운동을 펼칠 것이고 법률가 자문을 거쳐 전당원 투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글에서 “내 생각하고 똑같은 사람들하고만 정치를 하겠다는 안철수 사당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전당원 투표 등의 방안을 논의했다. 안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 불참했다. 이를 놓고 정동영 의원 등이 “기자회견장에는 나타나면서 왜 의총에는 안 나오냐”며 “그 정도 간댕이 갖고 어떻게 당 대표를 하겠냐”고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반통합파인 유성엽 의원이 “끌고라도 오라”고 하자 안 대표 측 권은희 의원 등이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냐”, “짐승이냐 끌고 오게”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승부수를 던짐에 따라 분당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안 대표 측 관계자는 “박지원ㆍ정동영ㆍ천정배 의원 등은 모르겠지만 이탈하는 의원들은 적을 것”이라며 “안 대표가 양측 사이에서 입장을 정하지 못했던 의원들에게 선택지를 좁혀줬다”고 말했다.

 안 대표측은 20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전당원 투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당무위에서 의결될 경우 국민의당은 27~30일 온라인투표(K-VOTING)와 ARS투표 방식으로 전당원 투표를 진행한 후 31일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당원 투표에서 통합에 대한 찬성이 높게 나와도 전당대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전당원 투표가 이뤄져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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