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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거부 신고 90%가 증거불충분...승차거부 감별법은

중앙일보

입력

“유턴 못한다” “골목길 안 들어간다”도 승차거부  

30대 직장인 A씨는 심야 퇴근길에 서울 강남구에서 30분 넘게 택시를 잡지 못했다. 길 건너편 빈 택시가 있는 것을 보고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전력 질주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 탄 택시의 기사는 A씨의 목적지를 들은 뒤 “유턴할 수 없으니 건너가서 타세요”라고 말했다. 불과 몇 m만 가면 유턴이 가능한 곳이었다. 하지만 기사와 언쟁을 하기 싫었던 A씨는 다시 길을 건넜다.

택시 승차거부를 겪은 시민들이 신고를 해도 상당수는 증거가 부족해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중앙포토]

택시 승차거부를 겪은 시민들이 신고를 해도 상당수는 증거가 부족해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중앙포토]

이런 상황에서 택시기사의 행위는 승차거부일까. 유턴이 가능한 상황인데도 승객을 내리게 했다면 명백한 승차거부다. 승객이 서울시가 운영하는 120다산콜에 차량번호, 신고인의 인적사항 등을 말하면 신고가 접수된다. 하지만 실제 택시기사에게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이 이뤄지려면 녹취나 영상 등 증거가 필요하다. 행정처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승차거부 신고의 90%가 ‘증거불충분’ 판정으로 행정처분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선 서울시 교통지도과장은 20일 “택시기사가 승객의 신고 내용과는 다르게 주장하는 경우가 있어서 처분이 어려울 때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기사와의 대화 내용을 녹취하거나 택시 안, 택시 주변 상황을 영상 촬영해 증거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녹취·촬영으로 증거 확보가 중요 

승객이 택시호출 앱에 입력한 목적지가 탑승 후 달라졌다고 하차시키면 어떨까. 승차거부다. 승객이 밝힌 목적지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택시라면서 태우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예약등 켜고 승객 골라태우기’, ‘단거리 목적지 운행 거부’ 등은 대표적인 승차거부에 해당된다.

승차거부는 승객이 하차할 때도 적용된다. 차를 돌릴 수 있는 골목길인데도 들어가지 않고 승객을 일찍 내리게하면 승차거부가 된다. 택시를 함께 탄 일행의 목적지가 다른데도 한 곳에서 하차시켜도 승차거부다.

승차거부는 ‘3진 아웃제’가 적용돼 세 차례 적발돼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으면 택시운전 자격이 취소된다.

기사가 운행을 거절했는데도 승차거부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서울면허를 가진 택시가 분당·일산 등 서울 외 지역으로의 운행을 거부하거나, 경기면허택시가 서울시내에서 서울이 목적지인 승객을 안 태우면 승차거부가 아니다. 목적지를 말 못할 정도로 만취한 승객을 타지 못하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태운 뒤 불친절로 분풀이”

불친절 신고 역시 신고의 90%가 ‘증거불충분’으로 행정처분이 되지 않는다. 택시기사가 욕설·폭언, 성차별·성희롱 발언을 한 경우 녹취와 영상 촬영이 필요하다. 올해 10월 기준 택시불편신고 건수(1만8369건)에서 승차거부(30.2%)보다 불친절(33.6%)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김정선 과장은 “승차거부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한 택시기사들이 일단 승객을 태운 뒤 불친절하게 응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승차거부와 불친절 증거자료는 서울시 교통지도과가 운영하는 e메일(taxi120@seoul.go.kr)로 보내면 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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