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도 ‘시진핑의 사드 표현’ 인정하는데 … 노영민은 “시 주석, 의도적 회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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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노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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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사진) 주중 대사가 1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의도적으로 ‘사드’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 노 대사는 이날 오후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14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관련 문제에 대해 어떤 대화가 오갔느냐는 질문에 “제가 확대회담과 단독회담(소규모 회담)에 모두 배석했는데 시 주석이 1분 정도 이야기하며 표현을 ‘이미 알고 있는 그런 양국 간의 문제’라고 썼다”며 이처럼 답했다.

“우리 측 요구로 중국서 수용” 주장 #언론공개 정상 발언선 피해갔지만 #청와대 “비공개 회담서 사드 꺼내” #“차관보가 차관 대행” 홀대론도 부인

노 대사는 ‘양국이 물밑 접촉에서 사드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냐’는 질문에 “저희 측 요구였다”고 했다. 중국 측이 이를 수용해 시 주석이 사드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중국 측 발표뿐 아니라 청와대 발표와도 다른 발언이다. 한·중 정상이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발언에서는 각기 “최근 일시적인 어려움” “모두가 아는 이유”라고 하며 사드라는 단어를 직접 쓰지 않은 것은 맞다.

하지만 비공개회담에선 달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란 단어를 꺼낸 건 맞다”고 전했다. 중국은 회담 직후 언론 발표문을 내고 “시 주석이 사드 문제의 지속적인 적절한 처리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시 주석이 사드 문제 관련 중국 측 입장을 재천명했다”고 했다.

노 대사는 ‘홀대론’도 부인했다. 시 주석이 난징(南京) 대학살 추모차 베이징을 비운 13일에 방중하기로 한 데 대해선 “양국이 합의한 것”이라며 “외국 정상이 우리나라에 국빈 방문했을 때 공식 회담이 없으면 우리 대통령도 지방 일정을 다닌다”고 말했다. 차관보급인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공항에 영접을 나온 데 대해서는 “부장조리지만 부부장(차관)이 공석이라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 대사는 지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장 제정식 때 방명록에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 共創未來·지금까지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한·중 관계의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라고 적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천자를 향한 제후들의 충성을 의미하는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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