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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멸종위기종 수원청개구리 함께 지켜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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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사라져 가는 동식물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보호활동에 나서도록 도와야 합니다. 여기에 우리 미래가 있습니다.”

파주 문산수억고 김홍수 교사 #18년째 동아리 ‘해바라기’ 자비 운영 #“학생들과 임진강 준설도 막아 뿌듯”

‘파주 환경 지킴이’로 불리는 경기도 파주시 문산수억고 김홍수(53·사진) 교사의 말이다. 그는 멸종 위기에 놓인 접경지역 40여 종의 동식물과 서식지를 보호하는 일에 18년간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해 2000년 3월 학생들과 환경·봉사 동아리 ‘해바라기’를 만들어 자비로 운영 중이다.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에서 ‘해바라기’ 회원들이 생태평화 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 문산수억고]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에서 ‘해바라기’ 회원들이 생태평화 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 문산수억고]

해바라기에는 현재 남녀 고교생 45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환경탐사 및 보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교사는 한 달에 4시간인 동아리 활동 시간과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학생들과 활동 중이다. “한강·임진강 하구 습지와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지역 등 파주 지역에는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호)·저어새·흰꼬리수리 등 희귀 철새 서식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학생들과 2015년부터 올해까지 파주시의 소중한 생물자원인 수원청개구리 보존활동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 양서류인 수원청개구리는 세계적으로 파주를 비롯한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입니다.” 그는 3년 전 조사 결과 월롱·탄현 농경지에서 수원청개구리 수컷 56마리의 울음소리가 확인됐다고 했다.

김홍수 문산수억고 교사. [전익진 기자]

김홍수 문산수억고 교사. [전익진 기자]

그는 이곳 농경지를 가로질러 고속도로 건설이 추진되자 지역 시민단체인 파주환경운동연합·DMZ 생태평화학교·임진강생태보존회 등과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학생들과는 ‘멸종위기종을 살려주세요’라는 캠페인을 펼쳤다. 멸종위기종 서식지 지도를 만들고, 멸종위기종 모습을 이용해 캘리그라피·스티커 등을 만들어 전시회도 열었다.

김 교사는 지역 환경단체와 연대해 학생들과 함께 임진강 준설 반대 운동을 벌인 일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지방국토청은 2012년 6월부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장단면 거곡리 임진강 둔치 14㎞ 구간을 준설하는 하천정비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환경단체 등의 문제 제기로 사실상 사업추진 중단 상태를 맞고 있다.

파주 지역 수원청개구리. [사진 김현태 교사]

파주 지역 수원청개구리. [사진 김현태 교사]

김 교사는 이런 공로가 인정돼 지난 10월 31일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주최한 ‘이그나이트 V KOREA’ 자원봉사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동안 동아리 출신 학생 200여 명이 서울대·연세대 등 4년제 대학에 진학해 목표했던 환경 관련 학문을 공부하는 것도 보람입니다.”

김 교사는 “분단의 아픔이 파주 민통선 지역 일대에 뜻밖에 가져다준 ‘생물 다양성의 천국’ ‘생태계의 보고’라는 선물을 잘 보존함과 동시에 세계적인 ‘생태탐조산업의 메카’로 만들어가는 일에 학생들과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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