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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왜 김기춘 구형하며 메릴 스트립 언급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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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김기춘 구형하며 메릴 스트립 언급  “이건 예술이 아니다” 

19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 [연합뉴스, AP=연합뉴스]

19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 [연합뉴스, AP=연합뉴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게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구형하며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을 언급했다.

특검팀은 19일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은 공공재 성격을 갖고 있어 시장 원리만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운 문화예술계 구현을 위한 것이 핵심”이라며 이같이 구형했다.

특검팀은 “피고인들은 2000억원 정부 보조금과 관련해 단지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제했다”며 “민주주의는 나와 남이 다르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다양성과 관용, 다름에 대한 인정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검 수사가 한창이던 1월, LA에서 개최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대배우 메릴 스트립은 말했다”며 그의 수상 소감을 소개했다.

당시 스트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고조된 백인우월주의를 우려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할리우드는 아웃사이더와 외국인들로 가득 찬 곳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사람들을 다 쫓아낸다면 어떻게 되겠냐”며 “별수 없이 여러분은 미식축구, 종합격투기나 봐야겠죠. 예술이 아니라요”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 발언을 인용해 “이건 예술이 아니다”라며 “이들은 권력의 최상층에서 견해가 다르거나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 종북 세력으로 몰고 지원을 배제했다.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싸운다는 명분 하에 그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나 있던 행태를 자행하고서는 알량한 권력에 취해 어느 누구도 자신들의 행위가 잘못된 행위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 사건 범행을 계획하고 주도함으로써 죽음까지 생각하고 고통을 겪은 문화예술인들의 아픔을 외면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피고인들은 지난 30년간 우리 국민 모두가 지켜온 민주주의를 파괴하려고 했다. 피고인들은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다”며 김 전 실장을 비롯해 조윤선 전 정무수석 징역 6년,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징역 6년, 김소영 전 문체비서관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전 비서실장, 조 전 장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연합뉴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전 비서실장, 조 전 장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연합뉴스]

함께 기소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는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전 실장 등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보조금 지급에 적용하게 한 행위는 불법이지만 개인의 사익추구를 목적으로 한 다른 국정농단 범행과는 다르다며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조 전 수석의 경우는 지원배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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