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에 있는 중소 화장품 회사 22곳이 '주 4일 근무제' 정규직 직원 50명을 채용하기로 약속했다. 같은 지역에 모인 비슷한 업종의 민간기업들이 단체로 주 4일 근무제 직원을 채용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경북화장품기업협의체'라는 이름으로 단체를 구성하고 있다. 경상북도가 내년 4월부터 경산에 짓기 시작할 '경북화장품특화단지' 입주 예정 기업들이다.
경북 경산에 위치한 화장품 회사 22곳 #내년 2월까지 50명 주4일 정규직 채용 #새로운 형태의 근무제 도입 속속 #신세계는 내년부터 주 35시간 근무
경상북도는 14일 경북화장품기업협의체와 주 4일 근무제 직원 채용을 약속하는 고용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내년 2월까지 50명 채용을 마무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2곳 중 ㈜제이앤코슈 등 일부 회사는 이미 지난 9월부터 주 4일 근무제 직원을 채용한 곳도 있다.
이들은 경상북도가 "일자리 창출 사업에 적극 동참해달라"는 권유를 받고, 주 4일제 근무제 정규직 직원 채용에 나선 것이다.
김동기 경상북도 화장품산업 TF팀장은 "주4일 근무제 정규직을 채용하면 안정된 일자리가 늘어난다. 예를들어 주 5일 근무제 정규직 직원 2명을 뽑는다면, 주 4일제로 하면 3명을 뽑을 수 있다. 30% 일자리가 더 생긴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측은 "연봉은 주 5일제 정규직보다 20% 가량 적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직원들이 금·토·일 쉬기 때문에 근무 효율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며 "충청도 화장품 회사인 '에네스티' 등 일부 중소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주 4일제 근무를 도입해 운영하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더나은컴퍼니'에 연구원으로 지난달 주 4일 정규직으로 취업한 배다솜(24)씨는 "주 4일 근무를 한달 여간 해보니 개인적인 취미 생활을 할 수 있고, 업무 효과도 더 생긴 것 같다"며 "연구원이라는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당초 걱정했던 주 4일, 주 5일 차별 같은 것은 따로 아직 느끼지 못했다. 만족한다"고 경상북도를 통해 전했다.
지난 7월 경상북도 출연·출자기관 중 하나인 경북테크노파크는 공공기관 첫 주 4일제 정규직을 채용했었다. 현재 직원 3명이 주 4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등 다른 경상북도 출연·출자기관들도 주 4일제 정규직 직원 채용을 준비 중이다.
'넌 주 4일제, 난 주 5일제'라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은 없을까. 김렬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 4일짜리 직원, 주 5일짜리 직원, 주 32시간짜리, 주 40시간짜리로 정규직·비정규직처럼 또 다른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동일 노동, 동일 근무, 동일 혜택 관점으로 보면 ‘다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며 “업무 취급성 여부를 따져 모든 직원이 주 4일, 주 5일을 섞어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 등으로 다름을 극복해야 할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박성수 경북도 자치행정국장은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선 이미 성공적으로 정착된 근무 형태”라며 “세계적 흐름처럼 국내에서도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성공적으로 주 4일 정규직 근무가 안착 가능하다고 본다. 앞으론 해외처럼 주 20시간 정규직 근무자도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직원을 뽑는 수준이 아니라 회사 전체를 아예 '주 4.5일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한 기업도 있다. 일자리보다는 근무시간 단축을 통해 업무 효율은 높이겠다는 취지다.
신세계그룹이 대표적이다. 신세계그룹은 내년 1월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 주 35시간 근무제 전환을 공식화했다. 모든 직원이 대상이다.
안동=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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