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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직원보다 월급 20% 적지만 정규직인 주4일 근무 확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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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7 부산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7 부산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경산에 있는 중소 화장품 회사 22곳이 '주 4일 근무제' 정규직 직원 50명을 채용하기로 약속했다. 같은 지역에 모인 비슷한 업종의 민간기업들이 단체로 주 4일 근무제 직원을 채용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경북화장품기업협의체'라는 이름으로 단체를 구성하고 있다. 경상북도가 내년 4월부터 경산에 짓기 시작할 '경북화장품특화단지' 입주 예정 기업들이다.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2017 관광산업 일자리 박람회'에서 현장을 찾은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2017 관광산업 일자리 박람회'에서 현장을 찾은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경산에 위치한 화장품 회사 22곳 #내년 2월까지 50명 주4일 정규직 채용 #새로운 형태의 근무제 도입 속속 #신세계는 내년부터 주 35시간 근무

경상북도는 14일 경북화장품기업협의체와 주 4일 근무제 직원 채용을 약속하는 고용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내년 2월까지 50명 채용을 마무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2곳 중 ㈜제이앤코슈 등 일부 회사는 이미 지난 9월부터 주 4일 근무제 직원을 채용한 곳도 있다.

이들은 경상북도가 "일자리 창출 사업에 적극 동참해달라"는 권유를 받고, 주 4일제 근무제 정규직 직원 채용에 나선 것이다.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2017 관광산업 일자리 박람회'에서 현장을 찾은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2017 관광산업 일자리 박람회'에서 현장을 찾은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기 경상북도 화장품산업 TF팀장은 "주4일 근무제 정규직을 채용하면 안정된 일자리가 늘어난다. 예를들어 주 5일 근무제 정규직 직원 2명을 뽑는다면, 주 4일제로 하면 3명을 뽑을 수 있다. 30% 일자리가 더 생긴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측은 "연봉은 주 5일제 정규직보다 20% 가량 적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직원들이 금·토·일 쉬기 때문에 근무 효율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며 "충청도 화장품 회사인 '에네스티' 등 일부 중소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주 4일제 근무를 도입해 운영하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더나은컴퍼니'에 연구원으로 지난달 주 4일 정규직으로 취업한 배다솜(24)씨는 "주 4일 근무를 한달 여간 해보니 개인적인 취미 생활을 할 수 있고, 업무 효과도 더 생긴 것 같다"며 "연구원이라는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당초 걱정했던 주 4일, 주 5일 차별 같은 것은 따로 아직 느끼지 못했다. 만족한다"고 경상북도를 통해 전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691만6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1만3천명 증가했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취업준비생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고용의 질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691만6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1만3천명 증가했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취업준비생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고용의 질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

지난 7월 경상북도 출연·출자기관 중 하나인 경북테크노파크는 공공기관 첫 주 4일제 정규직을 채용했었다. 현재 직원 3명이 주 4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등 다른 경상북도 출연·출자기관들도 주 4일제 정규직 직원 채용을 준비 중이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이 6월 기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청년실업난이 더 악화했다는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 발표가 나온 직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층 체감실업률이 6월 기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청년실업난이 더 악화했다는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 발표가 나온 직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넌 주 4일제, 난 주 5일제'라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은 없을까. 김렬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 4일짜리 직원, 주 5일짜리 직원, 주 32시간짜리, 주 40시간짜리로 정규직·비정규직처럼 또 다른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동일 노동, 동일 근무, 동일 혜택 관점으로 보면 ‘다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며 “업무 취급성 여부를 따져 모든 직원이 주 4일, 주 5일을 섞어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 등으로 다름을 극복해야 할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수 경북도 자치행정국장은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선 이미 성공적으로 정착된 근무 형태”라며 “세계적 흐름처럼 국내에서도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성공적으로 주 4일 정규직 근무가 안착 가능하다고 본다. 앞으론 해외처럼 주 20시간 정규직 근무자도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직원을 뽑는 수준이 아니라 회사 전체를 아예 '주 4.5일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한 기업도 있다. 일자리보다는 근무시간 단축을 통해 업무 효율은 높이겠다는 취지다.

경북도청 옆에 한옥형식으로 지어진 대외통상교류관. [연합뉴스]

경북도청 옆에 한옥형식으로 지어진 대외통상교류관. [연합뉴스]

신세계그룹이 대표적이다. 신세계그룹은 내년 1월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 주 35시간 근무제 전환을 공식화했다. 모든 직원이 대상이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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