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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카를로스 고리토의 비정상의 눈

교육의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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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며칠 전 라디오에서 ‘수능 성적 발표일’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떠오른 생각은 ‘올해는 제발 아무 일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수능 전후로 성적을 비관해 목숨을 끊는 학생들의 슬픈 이야기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한 브라질대사관에서 교육담당관으로 일하면서 한국의 교육제도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브라질과 비교하면 한국 교육 시스템은 본받을 점이 정말 많다. 그래서 본국으로 한국 교육의 장점을 정리한 보고서를 여러 번 보내기도 했고, 더 많은 브라질 학생이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한국 교육문화 중에서도 특히 본받고 싶은 부분은 교육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이다. 학생 본인뿐 아니라 학부모도 교육에 관심이 정말 많다. 교사에 대한 지원도 잘돼 있을 뿐만 아니라 교직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다. 심지어 수능 날에는 일부 비행기의 이착륙이 금지되고 회사의 출퇴근 시간도 늦춰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 전체가 학생들에 대한 배려를 당연시한다는 점이 정말 감동적이다.

비정상의 눈 12/14

비정상의 눈 12/14

그러나 가끔은 이런 교육에 대한 관심이 자칫 잘못하다가는 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지나친 관심과 과한 기대감이 학생들을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할 정도로 압박할 수도 있다. 교육을 진지하게 생각하되 교육에만 집착하지 않도록 적정한 선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브라질은 정반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교사들에 대한 처우도 열악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브라질 수능인 ‘국가중등교육시험(ENEM)’이 치러지는 날에는 시험장에 늦은 학생들을 놀리려고 짓궂은 사람들이 교문에서 맥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을 정도다. 물론 ‘슬픔을 웃음으로 넘기자’ ‘내년에도 기회는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브라질 사람들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낳은 해프닝이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아주 가벼운 분위기임은 틀림없다.

두 나라에서 교육이 주는 무게감이 많이 다르다. 그래도 양국 교육에 필요한 지향점은 같다고 본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도록 중용을 지키는 것 말이다.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