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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방중 첫날 한류코드는 '대륙의 며느리' 추자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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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현 부부, 한·중 관계 난로 될까… 文 대통령 국빈방중 첫 행사에서 건배

‘추블리’와 ‘우블리’는 냉랭해진 한·중 관계의 난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일찍이 중국으로 진출해 ‘대륙의 여인’으로 거듭난 배우 추자현과 그의 남편 우효광이 13일 중국 베이징 완다문화주점(구 소피텔 호텔)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재중국한국인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며느리 이덕남 여사 등 중국에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 한국인과 중국인이 결합한 다문화 부부 등 500여명이 초청된 행사에 ‘한녀중남(韓女中男)’ 부부의 자격으로 나타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3일 오후 중국 국빈방문 첫 일정으로 베이징에 위치한 완다 소피텔 호텔에서 열린 재중국 한국인 오찬 간담회에서 한인회장단, 독립유공자 후손, 한중 다문화 부부 등과 건배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자현-우효광 부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3일 오후 중국 국빈방문 첫 일정으로 베이징에 위치한 완다 소피텔 호텔에서 열린 재중국 한국인 오찬 간담회에서 한인회장단, 독립유공자 후손, 한중 다문화 부부 등과 건배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자현-우효광 부부. [연합뉴스]

이들 부부가 입장하자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환하게 웃으며 반겼고, 추씨는 김정숙 여사와 악수할 때 허리를 숙이며 예의를 갖췄다. 문 대통령 부부와 함께 같은 테이블에 앉아 와인잔을 들고 건배를 한 이들 부부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미 중국에서는 대스타 반열에 오른 두 사람은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에 출연하면서 한국에서도 유명한 연예인 커플이 됐다. 특히, 한국인 시청자들은 우효광에게 ‘우블리(우+러블리)’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성원을 보내고 있고, 최근 추씨의 임신 소식까지 전해져 팬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이전까지 중화권에서 인기를 얻은 한류(韓流) 스타는 많다. 하지만 추씨처럼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뒤 한국에서 다시 인기를 얻은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추씨가 중국 인민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는 뭘까. 김종학 프로덕션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왕웨이(王薇) PD는 “추자현씨는 중국에 돈을 벌러온 것처럼 느껴지는 일부 해외 연예인과 달리 정말로 중국을 사랑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며 “중국 팬들이 추씨에게 ‘중국의 며느리’, ‘국적만 한국인 중국인’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추씨는 중국에서 인정받는 한국 연예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씨가 중국에서 수많은 작품을 했지만 전쟁 드라마도 몇 편 찍었다”며 “기사에 따르면 외국인인 추씨가 중국 전쟁 드라마를 선택한 것은 중국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우씨와 부부의 연을 맺게 해준 드라마도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웅시대’다. 이 드라마는 중·일 전쟁 시기의 아픔과 사랑을 그려 중국에서 화제를 모았다. 2015년 중국의 전승 7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항일(抗日) 드라마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체계 배치 문제로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관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추씨가 한·중을 엮어 줄 수 있는 ‘항일 코드’에도 맞는 한류 배우로 볼 수도 있다.

배우 추자현 [사진 BH 엔터테인먼트, iQIYI]

배우 추자현 [사진 BH 엔터테인먼트, iQIYI]

추씨가 중국 팬들에게 특히 인상 깊게 남은 2015년 ‘서울 드라마 어워즈’ 시상식 때였다고 한다. 추씨는 이 때 상을 받게 됐는데 한국 땅에서 중국어로 수상 소감을 전한 게 화제가 됐다고 한다. 왕웨이 PD는 “수상 소감을 할 때 중국어로 중국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 것도 팬들에게 의미가 컸다”고 했다.

한류는 이제 어엿한 한국 외교의 비장의 무기가 되고 있다.

지난달 9일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장녀를 위해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민호가 결혼을 축하하는 동영상과 또 다른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서명이 담긴 CD를 선물했다.

또한 지난달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방한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주한 미국대사관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민호를 보고 반가움을 표시하며 환하게 웃은 게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소 표정에 큰 변화가 없는 멜라니아 여사가 활짝 웃자 ‘멜라니아 광대 승천’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포털사이트에 등장하기도 했다.

베이징=강태화 기자, 서울=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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