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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법원, 어린이들 문 반려견 주인에 징역 4년형…한국은 과태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린이 12명을 공격해 안락사 처분된 반려견

어린이 12명을 공격해 안락사 처분된 반려견

 영국 법원이 어린이 12명을 공격한 반려견의 주인에게 징역 4년 형을 선고했다. 반려견에 물린 뒤 사람이 숨진 경우에도 과태료 처분에 그치는 한국과 달리 영국에선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반려견을 안전하게 관리하지 않는 것은 범죄로 분류돼 최고 14년형에 처한다. 평생 반려견을 키우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실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뿐 아니라 그럴 우려를 끼치는 행위도 제재 대상이다.

반려견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어린이들이 물리게 했다며 영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클레어 닐 [BBC 캡처]

반려견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어린이들이 물리게 했다며 영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클레어 닐 [BBC 캡처]

영국 뉴캐슬 형사법원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노스엄버랜드 블리스에 사는 클레어 닐(38)에게 징역 4년 형을 선고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닐은 ‘말리’라고 불리는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종 반려견을 키워왔다. 지난해 5월 이 개가 집을 빠져나가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이 12명을 물어 다치게 했다. 어린이들은 종아리와 팔 등에 구멍이 난 듯한 상처를 입었다.
 이 개는 입마개를 하지 않았고 목줄도 묶여 있지 않았다. 집 출입문 밑으로 기어 나와 거리를 돌아다니다 공원 놀이터에서 놀던 6세 아이 등을 공격했다. 해당 반려견은 이 전에도 두 차례 어린이를 공격한 적이 있어 법원으로부터 안락사 처분 명령을 받았으나, 닐이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어린이 12명을 공격한 반려견

어린이 12명을 공격한 반려견

 이 반려견은 아이들을 덮치거나 물고 흔들었다. 놀란 부모들이 뛰어가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동안에도 공격을 계속하자 주변 사람들이 간신히 묶을 수 있었다.
 사라 말렛 판사는 “반복적으로 공격 성향을 보인 반려견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닐의 행동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닐의 동거인이 반려견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지니도록 훈련했다고 말렛 판사는 밝혔다. 말렛 판사는 “피해 어린이들은 심리적으로도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 반려견은 안락사 처분됐다. 법원은 닐에게 평생 반려견을 키우지 못하도록 판결했다.
영국은 반려견의 공격이 잇따르자 1991년 ‘위험한 개 법’(The Dangerous Dogs Act)을 제정했다. 맹견의 사육을 제한하고 반려견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주인의 의무를 담고 있다.
 이 법은 공공장소나 개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곳에서 반려견을 위험한 상태로 방치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했다. 2014년 법을 개정해 자택 등 사유지도 대상에 포함했다.
 반려견을 위험한 상태로 방치했다는 의미에는 다른 사람이 다친 경우뿐 아니라 개가 공격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우려하게 하는 것까지 해당한다. 반려견이 사람을 향해 짖거나 뛰어오르고 쫓아가 불안하게 만들어도 처벌 대상이다. 잘못된 행동을 한 반려견은 주인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법원에 납득시키지 못할 경우 안락사 처분된다. 벌금과 배상 등 금전적 부담도 져야 한다.

맹견

맹견

 이 법은 맹견의 사육 자체를 금지한다. 현재 핏불테리어, 도고 아르젠티노, 필라 브라질리에로 종 등이 금지 대상이다. 금지 견종을 팔거나 유기하는 행위, 다른 종과 교배시키는 것도 안 된다. 금지 대상 여부는 혈통이 아니라 생김새에 따라 결정된다. 핏불테리어의 특징을 많이 가진 개는 혈통을 조사하지 않더라도 금지 대상이다.
 경찰이나 개 조사원은 금지 견종을 발견하면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데려가 격리한다. 이런 개들은 경찰이나 구청 소속 전문가가 현재 위험한지, 향후 위험성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입마개, 목줄 없이 집 빠져나가 어린이 12명 공격 #이전에도 두차례 어린이 공격 #판사 "제대로 관리 안한 주인 무책임" #평생 반려견 못 키우는 처벌도…반려견은 안락사 #영국 1991년 '위험한 개 법' 제정 #반려견 관리 부실 범죄로 규정하고 최고 14년형 #맹견은 사육 금지, 법원 허가해야 기를 수 있어 #중성화, 마이크로칩 삽입, 입마개와 목줄 의무 #국내선 유명 한식당 대표, 반려견에 물린 뒤 사망 #소유자인 가수 최시원씨 부친에 과태료 5만원

 금지된 견종이지만 법원이 위험하지 않다고 결정하면 ‘면제 반려견 명부’(IED)에 올라 주인이 기를 수 있다. 주인은 중성화 수술과 마이크로칩 삽입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공공장소에선 입 가리개와 목줄을 항상 착용시켜야 한다. 탈출하지 못하도록 안전한 장소에서 길러야 하는 것도 의무다.

 이런 개를 키우려면 16세 이상이어야 하며, 대인 배상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사를 하거나 해당 개가 죽으면 관리처에 알려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견에 물려 대형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만 2000명 이상이 되는 등 국내에서도 반려견이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엄중한 대처와는 딴판이다.

가수 최시원과 반려견.

가수 최시원과 반려견.

 서울 강남의 유명 한식당 대표가 가수 최시원씨의 반려견에 물린 뒤 숨진 사고와 관련해 서울 강남구청은 소유자로 등록된 최씨의 아버지에게 과태료 5만원 처분을 내렸다. 반려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숨진 한식당 대표는 녹농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숨졌는데, 원인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최씨 측은 반려견에서 녹농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검사 소견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해당 개를 안락사시켜야 할 것인지를 두고도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농식품부는 안전관리 의무가 부과되는 맹견의 범위를 늘리고, 공공장소에서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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